「IT=수익」 보증수표 아니다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의 정보기술(IT)업체 중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업체는 12개사에 불과한 반면 적자로 전환된 업체는 43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개선에 실패해 전년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된 업체도 14개사나 됐다.

흑자전환 업체들은 증시에서 실적호전주로 부각되는 반면 적자로 전환되거나 지속한 업체들은 전반적인 IT업체들의 호황 속에서도 실속 없는 경영을 했다는 빈축을 사게 됐다.

◇흑자전환업체=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업체는 한통프리텔·쌍용정보통신·씨티아이반도체 등 12개사.

한통프리텔은 영업이익 급증과 금융비용 감소로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경영을 일궈냈다. 지난해 단말기 보조금 폐지 등 영업환경 개선으로 전년도 161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250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이자비용도 856억원 감소했다. 그 결과 590억원 적자에서 1159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해 네트워크 관련 사업 호조로 전년대비 470.4% 늘어난 468억원의 영업이익에 힘입어 2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기업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씨티아이반도체도 채무 면제로 1745억원의 특별이익이 발생, 흑자로 돌아섰다.

뉴런네트·삼성전기·아남전자·이지닷컴·미래산업·한솔전자·큐엔텍코리아·한창·KNC 등도 적자 기업의 설움에서 벗어났다.

◇적자전환업체=지난해 IT업체들의 부채비율은 떨어지고 유동비율은 향상되는 등 재무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골드뱅크·심텍·새롬기술 등 적자로 전환된 43개 IT업체들은 경영악화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

이중 상당수 업체들은 기술 개발 등 본질적인 업무보다는 출자를 통한 덩치불리기에 골몰하다 결국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뱅크는 지난해 주식평가손 등으로 3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주식평가손이 130억원에 달했지만 주식 처분이익은 26억원에 그치면서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됐다.

새롬기술은 지난해 194억5000만원의 지분법 평가손을 포함한 2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심텍은 유가증권 처분손실이 322억원에 달했으며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130억원이나 계상됐다.

현대전자는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탕감 등으로 2조48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 기업의 멍에를 쓰게 됐다.

한편 인터파크·옥션·드림라인 등 14개 업체는 지난해에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적자경영을 지속했다.

◇영업이익 흑자·순이익 적자=심텍·한글과컴퓨터·세종하이테크 등 11개사는 유가증권 처분손실 등으로 영업이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심텍은 지난해 미국의 마이크론사와 장기공급계약 등 102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주가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처분손실 322억원과 재고자산평가손 130억원이 발생, 2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소프트웨어제품 판매에 힘입어 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부실을 지난해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203억원의 적자를 봤다.

반대로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낸 업체도 있다.

씨티아이반도체는 영업부진으로 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1745억원의 채무면제이익이 발생, 당기순이익은 1275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영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156억원의 유가증권 처분이익으로 1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원은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익 등 영업 외 수익부문의 회계감사로 영업이익 속에서도 당기순실을 기록한 IT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 결산에 유가증권 평가손이 반영되지 않은 업체들은 올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