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인 누리텔레콤은 올해 창립 9주년을 맞아 조직정비의 해로 선언하고 내부 작업에 한창이다. 기존의 관료적인 조직체계로는 글로벌 경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자구책에서다. 이를 위해 오즈컨설팅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팀별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등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누리텔레콤 조송만 사장은 이렇게 체계적인 업무분장으로 부서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짐으로써 업무효율을 높이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이나 제조업체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조직 프로세스 혁신에 최근들어 국내 SW회사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개발업체인 사이버다임을 비롯, 핸디소프트, 티맥스소프트, 아이마스, DIB, 한국정보공학, 영림원소프트랩 등 국내 SW개발업체들은 업무효율 제고 차원에서 다양한 조직관리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외부 경영컨설팅회사로부터 자문을 얻거나 해외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물론, 통제형 계층조직에서 프로세스 중심의 팀제로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는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행,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근절한다는 방침아래 지식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자율성을 제고하고 팀별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SW개발업체의 조직관리체계는 선진 외국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많은 회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조직을 관리하거나 연공서열 중심의 계층구조를 채택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팀별 정확한 업무분장이 돼 있지 않아 업무중복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은 SW
업계 CEO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가 대부분인 데다, SW개발이라는 한우물 파기에 전력해 온 SW회사로서 피할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개발인력 10명 미만인 회사에서 체계적인 조직관리나 인사관리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고서는 급변하는 경쟁환경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수 기술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탄탄한 조직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얘기다.
딜로이트컨설팅이 최근 발간한 ‘e비즈니스 경영’에서 제시한 경영전략 체크리스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따르면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문화를 명문화하고 있는가 △대화나 의논을 통해 콘셉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인사전략이 구축돼 있는가 △경영전략에 따라 조직체계의 변경이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횡단적인 조직체계를 취하고 있는가 △조직운영상의 책임이 명확하거나 권한이양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등을 기업에서 조직 및 인사관리와 관련해 갖춰야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 선진기업은 대부분의 항목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국내 SW회사들이 이들 중에서 과연 몇 가지나 지원하고 있는지는 자성해 볼 만한 일이다.
핸디소프트 안유환 이사는 “제품 하나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진 외국회사와 어깨를 겨루기 위해서는 제품기획부터 고객지원에 이르기까지 업무체계가 명확히 문서화돼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티플러스의 이익재 상무도 현재 국내 SW개발회사의 문제를 “사람에 의한 관리”라고 지적하고 “시스템에 기반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환경에 적합한 업무분장도를 만들어 도큐먼트화하는 것을 비롯, 유사업종이나 대기업의 조직관리 기법을 벤치마킹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특히 조직관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외부요인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1년에 몇번씩 정례화해서 변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