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CDN 서비스의 주요 수요처이던 인터넷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크게 줄여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 반해 관련 업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업계의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과도한 투자에 따른 부실 기업 속출이 예상되고 있다.
◇CDN업계 현황=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준비 중인 업체는 1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초 필라민트네트워크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후 CD네트워크·웹데이터뱅크 등 3개 업체가 가세했다. 또 LG기공·엑소더스·디지털아일랜드 등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이 잇따라 이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업계는 지난해 시범서비스에 이어 올해부터 본격 유료화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가 기대에 크게 못미처 매출목표를 잇따라 하향조정하는 상황이다. 필라민트네트워크의 경우 올해 기대 매출을 당초 67억원 수준에서 46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CD네트워크·LG기공·웹데이터뱅크 등도 시설 투자비를 줄이거나 예상 매출 규모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시장 규모는 당초 150억∼200억원대에 크게 못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CDN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웹캐스팅업체나 인터넷방송 등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장 침체=가장 큰 이유는 경기불황으로 주요 수요처인 닷컴기업이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업체 수가 4개에서 10여개로 늘어나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CDN서비스와 경쟁관계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업계가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몰리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현재 빠른 트래픽과 동영상서비스가 강점인 콘텐츠 유료화가 활성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일 것으로 보고 여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과대포장=그러나 거품론이 제기된 보다 큰 이유는 시스템업체의 과장된 시장 전망에 연유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시스코·컴팩·HP·잉크토미 등 하드웨어 시스템업체가 지나치게 CDN 시장을 낙관해 시장 몰이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미 닷컴 시장의 침체는 예견된 상황이었고 시장 전망 역시 장비업체가 ‘시스템 장사’를 위해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CDN업계가 구입한 장비 수는 이미 서비스 수요를 초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에서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400대 정도의 장비가 필요한데 주요 업체가 투자한 장비 규모는 이미 500대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나=주요 업체는 국내 CDN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며 지금은 과열경쟁보다는 함께 시장을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CDN업체는 물론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참여하는 포럼이나 협의체를 구성해 시장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