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AMD 삼성전자 두고 구애경쟁

 

‘삼성전자는 AMD에 비약의 날개를 달아줄 것인가.’

세계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제조업체 인텔과 AMD가 삼성전자를 두고 뜨거운 구애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성능 프로세서 ‘애슬론’으로 세몰이중인 AMD가 올해는 기필코 삼성전자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맺어 한국시장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나선 것. 이 회사는 구매담당자에서 고위층까지 연일 삼성측 인사들을 만나 애슬론 탑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 인텔은 그동안 삼성과의 우호적 관계를 내세워 AMD의 끼어들기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중이다. 삼성전자와 포괄적인 제휴관계를 맺는가하면 시장개발자금(MDF)을 적극 투입하는 등 삼성전자를 영원한 우군으로 남겨두기 위한 당근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두 회사가 삼성전자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어느새 세계적 전자메이커인 삼성전자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년 고속성장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점유율 10%를 밑돌던 AMD로서는 PC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의 관계개선이 인텔을 맹추격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당초 목표대로 30%의 점유율 달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AMD측은 ‘애슬론’이 인텔의 ‘펜티엄4’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올해는 삼성전자와 공급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삼보컴퓨터가 최종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애슬론을 탑재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텔은 AMD가 삼성전자와 손잡는 것을 두눈 뜨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는 AMD가 일단 삼성전자와 거래 물꼬를 트게 되면 한국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CPU시장의 우위가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삼성과의 관계가 하루이틀이 아닌데다 품질과 납기를 지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빠르고 완벽하게 신기술을 지원하는 점은 AMD가 따라오기 어려울 것으로 내심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인텔-램버스 진영(삼성전자 포함)과 AMD-더블데이터트레이드(DDR) 진영으로 양분된 프로세서와 메모리업체들간의 협력구도도 삼성이 몸을 가볍게 움직일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연 삼성전자가 마지막 관문(AMD)과 마지막 보루(인텔)의 입장에 서 있는 두 회사 가운데 누구를 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지연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