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 솔루션 전문업체인 이칼로스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에서 발행하는 보고서 구독료로 1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인 이칼로스로서는 큰 액수지만 최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칼로스는 자료 분석결과를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나 제품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덕택에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에서 채택해오던 선진화된 정보수집 기법이 최근들어 SW회사에도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웬만한 SW개발사라면 해외 시장조사나 기술동향 파악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있을 정도다. 1억원을 호가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IDC나 가트너그룹, 포레스터리서치 등 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의 보고서 자료를 구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몇백만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세계 전문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특정 기관의 조사자료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아예 해외 현지법인을 정보수집의 창구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정보공학은 미국 현지법인인 옴니키드를 마케팅 정보수집의 교두보로 활용하는가 하면, 버추얼텍이나 아이마스 역시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경쟁사 제품개발 동향이나 정보기술(IT)을 습득하고 있다. 특히 이들 회사는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지인력을 채용함으로써 정보수집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정보력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시점에서 국내 SW회사들이 다양한 창구를 이용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을 기획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정보력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SW업계 대부분이 현실적으로는 정보수집을 위한 투자에 인색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이다.
“1년에 7∼8번은 해외 콘퍼런스에 참여한다”는 K4M의 박종훈 팀장은 “한번 나갈 때마다 최소 1000만원 이상 지출하게 되지만 기술 트렌드 파악에는 제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SW회사들이 과감히 투자하며 관련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SW회사들이 추진하는 정보수집 활동은 보다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SW회사들이 취해온 방식을 보면 CEO의 의중에 따라 무작위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한 경우에 한해 단발성 정보수집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은 제품개발 프로세스나 업무 프로세스, 신제품 기획에 지속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절름발이식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개발경험이나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한다는 단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보력은 기업경쟁력을 좌우한다. 한발 앞서가지 않으면 뒤지는 SW업계로서는 더욱 그렇다. SW의 특성상 기술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어제의 기술이 오늘은 유효하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W업계의 특성을 이렇게 말한다. “솔루션 중심으로 진행되는 SW업계는 시장이 오기 전에 구도가 재편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예를 들어 모바일 솔루션은 지금 당장은 시장이 되지 않지만 2∼3년 후에는 반드시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첨단기술을 소화하며 외국기업들과 기술을 겨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보수집을 위해 창구를 다양화하는 한편,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사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직원간에 공유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