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시범사업 확대 업종 선정 의미와 과제

지난 2월 중순 신청접수를 마감하고 한달여 동안 심사를 해온 B2B 시범사업 확대업종 11개 사업자 선정작업의 뚜껑이 마침내 열렸다.

이번 11개 시범사업자 추가선정은 무엇보다 전산업계의 B2B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폭시켜 B2B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선정 배경 및 의미=산자부는 지난해 8월 김대중 대통령이 e비즈니스 국제포럼에서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접목 확산의지를 천명하자 9개 업종에 대해 시범사업을 펼쳐오던 것을 20개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올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신청접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산자부는 신청접수가 저조할까봐 내심 불안해했다. 그러나 막상 접수를 하고 보니 무려 60개 업종에 걸쳐 107개 사업자가 몰렸다. 참여업체수로는 무려 1144개사에 이른다. 산자부로서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처럼 사업자 신청이 대거 몰린 것은 정부가 업종을 미리 선별해 사업자를 구성했던 하향식 9개 시범사업과 달리 이번에는 상향식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개 업종을 선정한다는 방침만 정해 놓고 사업자 구성이나 업종선택, 사업방식 등을 모두 민간기업에 일임한 것이다. 업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시범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민간기업들은 앞다투어 다양한 컨소시엄을 구성, B2B 시범사업 참여의사를 밝혔다.

산자부는 민간기업이 60개에 달하는 업종마다 15개가 넘는 컨소시엄이 난립하자 업종별 통합 인프라 구축이라는 기본 취지를 강조하며 업종별로 최대한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해줄 것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이번 시범사업 확대선정 정책은 미온적이던 민간기업들이 B2B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갖게끔 고조시켰다는 반증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정부의 시범사업은 물론 시장에서조차 대기업과 제조업 위주로 진행돼온 B2B사업을 중소기업과 비제조업분야로까지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유통·서비스업을 불문하고 B2B는 전체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잡게 만든 셈이다. 이는 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와 21세기 일류국가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재훈 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은 “사업자들의 주체적인 의지와 열의를 고려한다면 11개 추가 선정업종이 기존 9개 시범사업보다 먼저 전자상거래를 실현할 가능성도 크다”며 “20개 시범사업과 추가 사업을 끝내는 오는 2004년께는 모든 전통산업에 e비즈니스 기반이 완벽하게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복과제=B2B 시범업종 선정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높다. 무엇보다 이행의 담보다. 3개 업종에 참여한 모 솔루션사업 관계자는 “정부가 전략업종을 먼저 선정하지 않고 민간사업자의 준비와 의지를 우선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한 만큼 무엇보다 민간업자 스스로의 확실한 이행의지가 담보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역시 사업진행에 대한 감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행이 담보되기 위해선 B2B 시범사업에 대한 이해가 다시 짚어져야 한다. 산자부가 밝히듯 이번 시범사업은 산업별로 B2B의 기반이 되는 상품·코드 분류체계의 표준화, 전자문서 교환체제, 전자카탈로그 등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작년부터 전자·자동차·조선 등 9개 업종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것의 연장선상이다. 결국 컨소시엄에서 도출된 결과물이 소수 업계표준이 아닌 전 산업계의 표준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업종의 경우 이미 추진된 칼스/EC와의 통합도 고려돼야 한다.

컨소시엄 내 불협화음 극복도 풀어야 할 문제다. 단일한 컨소시엄만 해도 수십개가 넘는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고, 건설·정밀화학·석유·물류업종처럼 컨소시엄이 연합한 경우도 다수다. 지금까지는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의 합의가 가능했을지 몰라도 구체적으로 사업을 풀어가는 데는 많은 부분에서 마찰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컨소시엄 내 참여한 민간기업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솔루션사업자나 오프라인 민간사업자가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지려면 명확한 수익이 전제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참여기업에 분명한 메리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B2B 시범사업을 하면서도 협회 등 정부관련 기관이 중소기업들의 자체 인프라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활용, 컨소시엄 내 오프라인 기업의 이탈 방지를 권한다. 이런 방안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향후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상거래에 나설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B2B사업은 상거래의 주체가 되는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전제될 때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이 정부가 나서 전략업종을 선정하지 않고 사업추진에 대한 의지와 준비정도를 우선 감안해 선정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IT 전문기업이나 솔루션 사업자가 주도하고 민간사업자는 들러리도 전락할 수 있다’는 업계 일부의 우려는 기우로 끝나야 한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