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요. 지난해부터 이미 새로운 일을 찾아왔고 그 때가 됐기 때문에 물러난 것뿐입니다.”
오는 13일을 끝으로 인텔을 떠나는정용환 전 인텔코리아 사장(48)은 이번 퇴임이 준비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사퇴 배경에 대해 무수한 추측이 있었던 것을 염두에 둬서인지 그는 지난해 7월 인텔코리아의 일선 대표직을 은진혁 사장에게 물려준 것도, 지난 3월 한국외국기업협회 총회때 수석부회장직을 마련해둔 것도 모두 퇴임을 위한 사전 준비였다고 설명했다.
인텔코리아를 끌어온 95년 이후 40명이 채 안되던 직원이 100여명으로 늘어나고 매년 매출 신장세도 20~30%가 넘었던 성과를 생각해보면 뿌듯하다면서 사실 조직이 너무 커버려 자신이 더이상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떠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인텔에 들어올 때 본사에 3년간만 재직하겠다고 조건을 내세웠지만 본사의 만류로 차일피일 미뤄져 왔을 뿐이다”면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내면적 욕구 때문에 자신의 젊음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 인텔을 떠나게 됐다”고 정 사장은 설명했다.
그런 그가 초일류 반도체기업 인텔을 뒤로 하고 오랜 고민 끝에 찾은 일은 인터넷업체다. 기업간(B2B) e마켓플레이스 전문업체인 이투오픈코리아(http://www.e2open.com)의 CEO를 맡았다.
IBM·히타치·LG전자 등 10여개 다국적 전자업체들이 공동 출자를 통해 지난해 9월 설립한 이 회사는 전자제품 디자인 및 신기술 등 지적재산을 e마켓을 통해 교류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대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인터넷사업에 뛰어드냐는 우려에 대해 정 사장은 ‘어려울 때 투자하라’는 인텔의 법칙을 다시금 인용했다. “어려울 때 준비하고 도전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