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예측과는 달리 전자유통시장은 품목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가전제품의 판매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반대로 컴퓨터의 판매는 4월 들어서도 크게 감소하는 등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PC판매 급감세=지난해부터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PC는 올 들어서도 전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자상가를 비롯해 PC를 새로 취급하기 시작한 할인점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며 매출확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데스크톱PC는 연중 매매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 연초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해 50% 정도의 매출실적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등 컴퓨터의 판매를 약화시키는 악재가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
실제 현대백화점은 올해 3월까지 올린 컴퓨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하락해 가전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5%대에서 7∼8% 낮아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컴퓨터 매출로 60여억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이 액수의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본점 컴퓨터 매장의 경우 지난해 4월 한달 매출이 1억4000여만원이었지만 올 4월에는 11일까지 올린 매출이 2000만원 가량에 불과해 50%를 훨씬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할인점 삼성 홈플러스도 97년부터 컴퓨터 판매를 시작한 이후 매년 매출 성장을 거듭하다가 올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홈플러스 컴퓨터 매출은 1월에 약 15억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어 당초 가전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월 17.8%, 3월에는 15%를 차지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한편 컴퓨터 시장의 비수기인 5월이 오면 이같은 매출감소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돼 업계 관계자들은 PC를 대체할 품목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가전제품 매출 신장세=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와 전자랜드21, 하이마트 등은 4월 들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매출 또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양문여닫이 냉장고, 김치냉장고, 프로젝션 TV, DVD플레이어 등 첨단이면서 고가 제품들이 이같은 매출 신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날씨가 점차 더워지면서 움츠렸던 에어컨 수요가 점차 증감함으로써 에어컨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평균 20% 이상을 차지하던 가전유통업체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2월은 신장과 역신장을 반복했으나 3월 들어 전달보다 매출이 15% 성장했으며 특히 전년 1·4분기와 비교했을 때 23% 증가하는 등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달 10일까지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대비 15∼17% 가량 증가하고 있다”며 “에어컨, 프로젝션 TV, DVD플레이어 등은 판매량이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연초 매출이 약세를 면치 못했으나 가전매출이 3월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지난 1, 2월에 비해 판매량이 25% 이상 증가했다. 특히 ‘파브’는 30%, 디지털캠코더는 200%, DVD플레이어는 300%, 김치냉장고는 20% 등 고가, 대형제품들의 판매가 큰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매출을 확대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양판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도 3월 들어 가전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최근 에어컨수요가 급증해 4월 매출은 지난달에 비해 배 이상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