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창업투자 이영민 이사(36)는 창업에 앞서 사업경험을 쌓기 위해 5곳의 직장을 옮겨 다녔다. 그러나 그는 현재 벤처캐피털리스트 생활에 빠져 어느덧 업계의 중견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국민은행, 앤더슨컨설팅, 포항제철, 포항공대 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 94년 4월 한미창투에 합류했다. “짧은 기간 직장을 여러번 옮겼습니다. 그런데 창투사 일은 재미있고 항상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오래하고 있습니다.” 이 이사가 벤처캐피털리스트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생활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한미창투와 인연을 맺은 뒤 이 이사가 제일 먼저 맡았던 업무는 경매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창투사가 지금과 같은 투자위주의 회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2∼3년간 기존 투자업체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의 사후관리, 본인의 말에 따르면 ‘해결사(?)’ 업무를 맡았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지만 사업이라는 게 주변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현재 균형감있는 투자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이사가 본격적인 투자업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부터. 당시 엠케이전자에 주당(액면가 5000원) 3만원에 20억원을 투자해 100억원을 회수했다. 또 씨엔아이에도 5억원을 투자, 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와이드텔레콤, 맥시스템, 서두인칩 등의 회사를 공개(IPO)시키는데 성공하며 꾸준한 트랙레코드를 만들어 왔다.
현재도 에스넷시스템, 팍스넷, 신영텔레콤, 지식발전소, 테크타임 등 유망 회사들의 뒤를 받치고 있다. 또 올해는 MS, HP, 인텔 등과 공동으로 결성한 투자조합(한미KIVI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로 독립된 펀드를 운영하게 됐다.
“가방끈이 길다고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듯 이전의 트랙레코드가 좋다고 미래의 투자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나 오래된 사람이나 항상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게 벤처캐피털리스트 생활입니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만 합니다.”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도전하는 삶을 즐기고 있는 이 이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지론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