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유사 사이트 난립으로 소모전을 벌여온 인터넷업체들이 시장활성화와 규모 확대를 위해 사이트 통폐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소 방만하게 운영돼온 각종 사이트를 대표 사이트로 통폐합, 운영함으로써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네이버컴·노튼힐·이머니·슈어넷 등 16개 주요 증권정보 사이트들은 통합게시판인 ‘디아스포라’를 개설했다. 회원 유입을 위해 유명 사이버 필진 확보와 다양한 게시판 신설 등 무리한 투자 경쟁에 나섰던 증권정보 사이트들이 경쟁을 자제하고, 각종 증권 게시판을 한 곳에 모아 정보교환의 통로 역할을 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매트릭스2B·이텍스타일러·텍스피아웹닷컴·파코스닷컴 등 국내 대표적인 4개 섬유패션 e마켓플레이스업체들도 최근 섬유패션산업의 e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통합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 공동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20여개 업체가 경쟁을 벌여오던 섬유패션 e마켓플레이스업계는 이번 통합 사이트 구축으로 시장 재편이 예고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의 1위 업체인 옥션이 e베이에 합병되면서 입지를 더욱 굳히자 2, 3위를 다퉈온 셀피아와 이쎄일이 합병을 선언하고 사이트 통합에 나섰다. 반면 데이콤옥션과 삼성옥션은 사업성 불투명을 이유로 사업을 정리했다. 이밖에도 인터넷 지역정보업계에도 경쟁업체간 사이트 통합사례가 나타나 선두 자리를 다투던 타운뉴스와 시티넷이 합병과 함께 통합사이트 구축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사이트 리노베이션 열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대표 사이트로 통합, 운영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이트 재구축 추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업체들 사이에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한국통신. 한국통신은 지난해 12월, 그동안 별도로 운영하던 게임과 금융·교육·인터넷방송 등 4개 전문사이트를 포털사이트 ‘한미르’에 통합시켰다. 전문업체 중에는 코스메틱랜드가 독립운영하던 4개 사이트를 일원화했으며,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은 노머니·CP랜드·1020숍 등을 통합해 한스테이닷컴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밖에도 리노베이션 열풍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새롬기술이 다이얼패드와 새롬넷, 네이버컴은 네이버와 한게임을 통합했으며 이달 들어 데이콤이 PC통신서비스인 천리안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채널아이를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또 SK는 45개에 달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통폐합을 결정했으며 삼성SDS는 12개 기업간(B2B) 사이트를 통폐합했다.
고인 물은 퍼내고 썩은 부분은 도려내주는 것이 원칙이다. 사이트 통폐합과 재구축 바람은 위기에 빠진 인터넷업체들에게 자구책 마련 차원을 넘어 확대지상주의에 빠져 있던 그동안의 관행을 한 번쯤 뒤돌아보게 함으로써 새로운 기반을 다지는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