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이 인터넷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은 전자상거래·전자정부·원격진료·원격교육 등 경제활동을 사이버상에서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인터넷은 편리한 만큼 개방적이고 분산된 네트워킹과 비대면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해킹·바이러스 등 각종 정보화 역기능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같은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고 각종 정보화 역기능에 대처해 나가는 데 정보보안 분야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정보보안 분야가 초고속망 등 첨단 정보화 인프라 구축에 따른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없어서는 안될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보안 분야의 발전은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김대중 대통령도 “우리는 초고속 정보통신 시대에 살면서 편리함과 동시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점들을 접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초고속 정보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보보안 시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인터넷 뱅킹, 사이버 트레이딩 등의 급증에 따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정보보안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배 가량 늘어난 3000억원 규모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국내 정보보안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99년(약 450억원)의 약 6배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해 초 미 야후·CNN·이베이 등 해외의 대형 인터넷사이트들이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으로 시스템이 마비되는가하면 러브레터·나비다드바이러스 등의 출현으로 해킹·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실제 해킹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전년보다 3배 넘게 늘어난 약 2000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컴퓨터 바이러스는 572건이 새로 발견돼 지난해보다 약 1.5배 늘었다. 또 개인정보 침해 신고도 작년 한해 약 2300여건이 접수됐으며 자살·엽기사이트 문제는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이처럼 해킹·바이러스 피해 건수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관이나 기업체 등의 정보보안 분야 투자로 연결돼 시장 확대의 효자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예측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오는 7월 발효되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시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업체를 설레게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되고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면 일정기간 내에 정부가 법으로 지정한 기관(국정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정보공유분석센터·정보보호전문업체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취약점을 분석·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시행은 사이버 테러로부터 국가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안전을 지킴과 동시에 정보보안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정부는 최근 정보보안산업을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2001년 정보보호대책’을 마련, 발표했다. 이의 일환으로 우선 정보보안 종합 지원을 위한 기반시설에 고가의 최첨단 성능시험장비를 설치, 정보보안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산학연 공동으로 ‘정보보호 기술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총 2777억원을 투입하고 정보보안 인력 수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정보보호교육 과정과 연구센터를 크게 늘려 정보보안 전문인력을 확대 양성하기로 했다. 또 정보보호자격증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취약점 분석·평가 등 정보보안 컨설팅을 전담하는 정보보호전문업체를 지정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정보보안대책이 적절한지 심사해 인증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보안산업 육성 정책에 부응해 최근에는 업계에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합종연횡의 노력이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마크로테크놀러지·펜타시큐리티시스템 등 15개 보안 업체가 컨소시엄인 ‘세인트’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보안제국·윈스테크넷·리눅스시큐리티·리눅스인터내셔널 등 리눅스 기반 보안전문 업체 4사도 컨소시엄을 구성, 중소기업전용 통합보안솔루션 패키지를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넷시큐어테크놀러지·어울림정보기술·드림시큐리티·에스큐브·하우리·나일소프트 등 보안 6사가 ‘비스타(VISTA:Vanguard of Information Security Technology Alliance)’ 컨소시엄을 출범시키는 등 기술 개발 및 보안표준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안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보안산업이 인터넷의 안전과 신뢰를 제공하는 인프라 산업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보안 기술력 및 인프라를 활용해 통합 보안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보안시장 변화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보안업계에는 이같은 대형 컨소시엄 구성 움직임 외에도 실질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제휴를 위한 제휴’에서 벗어나 업무 효율화와 직접 연결되는 실질적인 협조체제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시큐리티의 경우 침입탐지시스템(IDS) 부문에서는 웰넷과 협력을 맺었고 보안 컨설팅 부문에서는 STG시큐리티와, 공개키기반구조(PKI) 부문에서는 이니텍과 각각 제휴를 맺고 매출액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정보공학도 시큐브와 협력을 맺고 자사의 방화벽에 시큐브의 IDS와 연동한 통합솔루션을 개발한 데 이어 앞으로는 각종 솔루션에 보안기능을 부가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특히 정부의 전자서명 활성화 정책과 전자정부 계획에 힘입어 PKI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올해 첫 K4등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IDS 시장도 올해 본격적인 개화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