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1만개시대 개막

벤처기업 1만개 시대가 열렸다.

중소기업청은 11일 현재 국내 벤처기업수가 1만40개를 기록, 지난 98년 5월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시작된 이래 만 3년만에 우리나라가 벤처기업수 1만개를 넘어서는 벤처강국으로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벤처기업수는 98년 2042개에서 99년 4934개, 2000년 8798개에 이은 것으로 매년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벤처 1만개 시대의 의미=단순히 1만개라는 숫자만으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 3년간 벤처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질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우리 경제 축이 최근에는 벤처산업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론과 일부 벤처기업인의 모럴 해저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시절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인들은 건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업문화를 창출해 가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벤처산업은 IMF를 탈출하는 데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매출액 및 수출 증가율, 고용 증가율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나타나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제치고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99년 매출액 증가율은 36.8%로 중소기업 10.8%, 대기업 6.6%를 훨씬 앞질렀다. 또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이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8.3%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벤처산업이 우리 경제의 중심축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수출증가율도 대기업이 3.6%의 성장에 그친 것과 달리 벤처기업은 27%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수출역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제품 개발에 따른 R&D 투자비율도 중소기업 3.0%, 대기업 2.5%의 2∼3배를 뛰어넘는 7.1%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벤처기업의 특허출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건 2만6788건 가운데 60%가 넘는 1만6986건을 벤처기업에서 출원, 제품 및 기술의 지재권 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벤처산업은 IMF체제 이후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이슈화됐던 실업난 해소에도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20여만명의 일자리를 창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 새 일자리를 부여했다.

△글로벌 스타 예고=우수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일부 벤처기업은 세계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벤처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무선전화기 부품업체인 팬택이 지난해 일본 모토로라와 6억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세트톱박스 전문 개발업체인 휴맥스는 국내 벤처기업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펄세크테크놀러지는 주문형 반도체 칩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벤처로 떠올랐으며 이네트는 전자상거래용 B2C솔루션 개발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사가 선정한 세계 20대 유망벤처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비염치료기 전문 개발업체인 지인텍은 단일품목으로만 4000만달러에 상당하는 제품을 독일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향후과제=지난 3년간 국내 벤처산업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질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사상누각’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무늬만 벤처’인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벤처 옥석 가리기는 갈수록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국내 벤처정책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실무기관인 중기청에서도 벤처 내실 다지기를 위한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자금융자 등 직접적인 지원은 가급적 줄이되 벤처성장에 필요한 기본인프라 구축과 판로 확보 등 간접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외진출 벤처기업에 대한 거점 구축과 벤처캐피털을 통한 투자 확대 등도 올해 중기청이 추구하는 벤처정책 가운데 하나다.

또 업종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연구개발 투자기업의 R&D비율을 업종별로 다양화하고 벤처기업 사후관리를 강화, 벤처기업 유효기간내에도 요건이 미달될 경우 즉시 벤처기업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