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단속이 강화되면서 한번 판매됐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 윈도98이 다시 시장에 흘러나와 이른바 ‘중고 윈도98’로 싼가격에 대량으로 재판매돼 정품 판매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으로 각종 소프트웨어 수요가 늘어나자 도산하거나 문을 닫은 게임방 및 기업들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MS 한글 윈도98을 용산 전자상가와 인터넷을 통해 헐값에 처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조립PC 업체는 신제품보다 값이 싼 이들 ‘중고아닌 중고CD’를 사들여 시스템에 탑재해 판매하거나 필요로 하는 기업체 및 개인에게 재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한번 판매됐던 윈도98이 다시 시장에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가 단속을 하면서 게임방 등에 대해 PC대수와 윈도98 보유 수만 일치하면 정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묵인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방이나 기업들은 윈도98 CD 하나로 여러 대의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머지 CD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보관하다 문을 닫게 되자 프로그램만 따로 처분하고 있는 것.
로 폐업한 게임방에서 나오는 물량은 한번에 20~30카피에 달하며 가격은 업자가 매입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포장을 개봉한 것은 7만~8만원, 포장을 개봉하지 않은 것은 8만~1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산의 조립PC 업자들에게 공급되는 윈도98 DSP버전의 공식적인 가격이 13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용산 전자상가에는 최근 들어 ‘윈도98 매매’ 간판을 내건 매장들이 급증했으며 컴퓨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도 ‘윈도98 고가 매입’ 안내문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윈도98을 고가에 매입하고 있다는 인천의 모 업체 대표는 “PC 한 대당 몇만원씩 절약할 수 있어 윈도를 매입하고 있다”며 “한달에 30~50카피의 윈도98을 매입해 전량 기업납품용 조립PC에 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품을 판매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MS도 이처럼 한번 판매됐던 제품이 다시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거래 자체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단속할 만한 규정도 마땅치 않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