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진화한다>(8)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국제 경잭력을 갖춰라.’

한국 시장만을 겨냥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업체는 드물다. 어느 업체나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 후에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기반이 전무한 기업이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벤처 수준인 국내 인터넷업체들이 경쟁이 한층 치열한 국제 무대에 선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좁은 국내 시장만을 보고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 또한 ‘우물 안 개구리’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인터넷업체들은 해외 진출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외 유명 인터넷업체들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다.

시장 진입이 용이한 국가의 업체들과 작게는 전략적 제휴·투자유치에서부터 크게는 합병과 인수를 통해 연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과의 연계로 선진 솔루션 개발, 서비스 개발, 공동마케팅, 콘텐츠 공유, 전자상거래, 현지법인 설립 등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내한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업체인 미국 e베이의 멕 휘트먼 사장이 계열사인 한국의 옥션에 대해 갖고 있는 계획은 우리 모두가 참고할 만하다. 300만명 이상의 옥션 회원들이 13개국에 진출한 e베이 경매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옥션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이로 인해 e베이에 인수되기 전부터 추진해온 옥션의 해외 진출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국내용으로 인식되던 옥션의 매매보호장치는 e베이조차 도입을 고려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게 됨으로써 세계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유니텔은 지난 2월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와 프로젝트 공동진행 및 인력교류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유니텔은 시스코와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 수행에 대해 공동협력키로 했으며 활발한 인력교류를 통해 기술교육 및 인턴십제도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포괄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유니텔은 시스코와의 제휴로 네트워크 장비 운영 및 신규 서비스 전개 등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확보, 글로벌 사업체제를 가속화하는 한편 시스코의 시스코파워드네트워크(CPN)를 통한 브랜드 파워를 효과적으로 이용

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유명기업들로부터의 투자유치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로는 바라-볼티모어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공개키기반구조(PKI) 솔루션 전문업체인 바라-볼티모어는 지난해 9월 세계적인 보안·인증 솔루션업체 볼티모어테크놀로지스로부터 40만달러를 유치하며 사명을 바라이앤씨에서 바라-볼티모어로 바꿨다. 최근에는 일본 세이코를 비롯해 여러 업체로부터 약 1억5500만엔을 유치하기도 했다. 바라이앤씨는 투자유치를 통해 중국 합작사 설립과 PKI 관련 해외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

인터넷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아직 첫발을 내디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현단계에서는 이들이 완벽한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하고 효과적인 활용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은 우리나라 인터넷기업들이 장차 국제 경잭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 의례라는 점에서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