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사업주체에 총 334개 기업 참여. 뿐만이 아니다. 건설이나 물류 등 특정 업종컨소시엄은 해당 업종의 1, 2위를 차지하는 민간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11개 B2B 시범사업자 추가선정 작업은 이처럼 전자상거래(EC)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높았다는 점에서 국내 EC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오프라인 기업의 참여 정도를 당락 결정의 중요한 잣대로 세운 산자부의 전략이 한 몫한 결과지만 산업 전체의 관심을 끌어내 EC 활성화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작이다. 각 컨소시엄들이 상품정보에 대한 분류체계나 DB 표준화를 최대 3년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을 고려할 때 오는 2004년경에는 국내 산업 전반에 B2B e마켓 활성화의 인프라가 갖춰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은 대기업 위주로 진행돼온 B2B사업이 중소기업과 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영세산업 분야로 확산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B2B는 기업의 규모나 업종범위를 불문해 전체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업종 특성상 이를 실현할 만한 조건이 여러모로 취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된 이번 사업은 ‘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와 21세기 일류국가 도약’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주요 방안으로서 EC를 활용하겠다는 정부의지가 EC에 나서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민간기업과 만나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업이 국내 e마켓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란 기대는 컨소시엄 내 기존 e마켓의 참여에서도 알 수 있다. 11개 업종 중 기존 e마켓에 참여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오프라인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골판지 분야와 대형 택배업체와 EDI업체가 추진하고 있는 물류 분야 단 2곳을 제외하고 전 분야다.
시계산업 분야의 EC글로벌, 산업용 파스너 분야의 한맥인포텍, 공구산업 분야의 일렉트로피아, 건설 분야의 비투비컨스닷컴, 정밀화학 분야의 인터켐코리아·케미즌닷컴·빌트원닷컴, 금형 분야의 허브엠닷컴·일렉트로피아, 석유제품 분야의 엔페트로 등이다. 당사자들은 국내 EC 인프라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 표준을 주도할 조건을 확보했다는 면에서 나아가 해당 업종의 e마켓에서 ‘대표성’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사업을 계기로 일부 e마켓에서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자사 e마켓의 주주사나 구매사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시범사업뿐만이 아닌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사 e마켓의 활성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밖에 e마켓에 연결된 B2B보안·결제 등의 ‘서드파티’ 분야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특히 업종을 망라해 모든 e마켓에 필요한 물류 분야는 이번 시범사업자 선정으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모든 기대는 실행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가 전략업종을 우선 선정하지 않고 민간사업자의 준비와 의지를 우선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한 만큼 무엇보다 민간업자 스스로의 확실한 이행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시범사업이 제대로 가는지 사업 진행에 대한 감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컨소시엄에서 도출된 결과물이 소수 업계표준이 아닌 전 산업계의 표준으로 정착될 수 있고 이것이 구현될 때 시범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컨소시엄 내 참여한 오프라인 기업의 적극성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