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PC를 신속히 처분하라.’
PC 유통업계에 재고PC 처분 긴급명령이 떨어졌다.
세계 최대의 CPU 공급업체인 인텔이 15일을 기준으로 고가의 펜티엄4 CPU에서 저가 셀러론 CPU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그동안 판매부진으로 인해 PC재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PC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선 대리점과 양판점 등 PC유통업체들은 3·4월 신학기 특수를 예상해 제조업체들의 밀어내기식 영업을 일부 수용, 적지않은 물량을 주문했으나 예상외로 PC판매 실적이 저조해 각 유통점마다 데스크톱 PC 재고가 쌓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인텔이 이번 가격인하에 이어 PC시장의 주력제품을 펜티엄Ⅲ 933㎒ 이상의 상위기종으로 전환하기 위해 조만간 또 한번 CPU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재고물량을 처분하기 위한 일선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선 상가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이달초부터 할인판매 등을 통해 단종기종과 재고물량 처분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며 지난주부터는 시장에 대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덤핑 물량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용산 등 전자상가의 PC 딜러가격은 출하가보다 10% 가량 적은 수준에 책정됐으나 지금은 출하가대비 최고 20%까지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PC 재고 처분에 따른 가격하락세는 이번 인텔의 CPU가격 인하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펜티엄4 기종의 경우 지난달에만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IBM 등 제조업체들이 2만여대 가량을 일선 대리점에 공급한 반면 판매된 수량은 1만여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 펜티엄4 기종을 중심으로 업체들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데스크톱 PC 시장에 비해 노트북컴퓨터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각 제조업체들이 대학생층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 버전 판매에 집중, 일선 대리점에는 일반제품 재고가 수억원어치씩 쌓여있다.
한 노트북컴퓨터 유통업체 관계자는 “올초 본사의 장려금 정책에 못이겨 노트북컴퓨터를 대량으로 들여왔는데 아카데미 버전만 그럭저럭 판매되고 있고 일반 제품은 1000여대가 그대로 재고로 남아있다”며 “날로 가격은 떨어지는데 어떻게 처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