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9)2차전지-소재·장비 산업 동향

 국내 2차전지산업의 역사가 일천한 관계로 관련 소재 및 장비는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게 사실이다.

 일본·미국 등 2차전지 선진국들은 2차전지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간주, 관련 기술 및 장비의 해외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외국으로부터 생산장비는 물론 소재기술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처럼 2차전지에 대한 기술보호장벽이 두꺼워짐에 따라 국내 대기업 및 벤처기업들은 독자기술로 장비 및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2차전지 관련 생산장비 및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난한 작업”이라고 박명완 넥스콘테크놀러지 사장은 토로하면서 “그러나 성공만 하면 일약 성공한 벤처기업의 반열에 들 수 있기 때문에 도전정신이 강한 벤처기업이 승부를 걸 만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잠재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2차전지 관련 생산장비 및 소재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들어 대기업 및 벤처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자·정보 소재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제일모직(대표 안복현)은 최근 2차전지 핵심물질인 전해액(electrolyte)을 개발, 연간 360만톤의 생산능력을 구축했으며 금호석유화학(대표 박찬구)은 전지 관련 소재사업 진출을 위해 해외업체와 제휴, 올해말까지 2차전지용 양극재료인 리튬코발트다이옥사이드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전지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생 벤처기업들의 시장참여도 활기를 띠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대표적인 2차전지 관련 생산장비 및 부품업체인 넥스콘테크놀러지는 2차전지의 안전하게 제어하는 보호회로를 비롯해 전지분석용 툴과 충방전 시험기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배터리모니터·시뮬레이터·BMS자동테스터 등을 모두 결합한 토털 배터리 관리시스템(일명 BMS솔루션)을 개발, 국내는 물론 선진국에 판매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m커머스사업 확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카드기능을 가진 배터리 팩과 블루투스 개념의 핸즈프리기능 배터리 팩 및 이어세트 개발에 힘쓰는 한편 기존 보호회로의 크기를 최소화하고 ESD 등에 강한 몰드타입 보호회로의 개발·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네스(대표 김선욱)는 최근 겔타입 전해막질을 이용한 고분자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무게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 또다른 벤처기업인 파인셀(대표 장동훈)은 최근 리튬폴리머전지를 독자 개발, 유럽의 전지생산업체인 IER사와 2차전지 기술 라이선싱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알덱스(대표 정우조)의 경우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니켈수소 배터리의 원료인 수소저장합금(MH)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 전지업계로부터 주목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밖에 태양광 배터리를 이용한 솔라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씨알텔레콤(대표 박득승) 등 10여개 벤처기업이 차세대 배터리 및 관련 소재·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어 척박한 국내 전지산업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있다.

 한국이 거대 2차전지 생산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이자 외국 2차전지 관련업체의 국내 진출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2차전지 핵심부품 생산업체인 UM(Union Miniere)이 세운 소젬코리아도 주목대상을 떠오르고 있다. 소젬코리아는 최근 천안 외국인공단에 리튬코발트타이트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리튬코발트타이트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소재다. 소젬은 공장 준공을 계기로 연간 1000톤의 리튬코발트타이트를 생산, 국내는 물론 아시아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앞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2차전지사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지속적으로 리튬코발트타이트 생산 설비를 증설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어 국내 2차전지산업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누리기술(대표 김금수)과 한국신코포레이션(대표 신현탁)은 최근 2차전지 충방전기 생산업체인 일본 동양시스템과 합작회사 ‘TS코리아’를 설립했다. 이번에 설립된 TS코리아는 앞으로 일본 동양시스템의 충방전기 기술을 도입해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에 충방전기를 제작·판매할 계획. 아울러 TS코리아는 동양시스템이 보유하고 있는 기타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각종 전지팩시험기와 보호회로시험기, 팩 관련 장비, 보호회로모듈, 회로부품 등을 생산·공급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반대로 국내업체들이 기술 선진국인 미국에 진출, 현지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이미 SKC는 수년전 미국에 2차전지 연구소를 세웠으며 LG화학도 최근 300만달러를 투입, 미국 콜로라도에 전지연구법인인 컴팩트파워를 세웠다. 이 연구법인은 앞으로 전기자동차(HEV)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대형 2차전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같은 국내 대기업 및 벤처기업의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에 힘입어 올해가 국내 2차전지산업이 소재 및 생산장비의 국산화와 더불어 글로벌연구체제를 확립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