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봇자동화기기전>1등 심부름꾼 떳어요

 이번 국제로봇·자동화기기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서비스로봇, 일명 생활로봇으로 불리는 신종로봇군의 대대적인 약진이다.

 국제로봇연맹의 정의에 따르면 서비스로봇이란 제조작업을 제외한 인간과 장비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자동 혹은 완전자동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말한다.

 정해진 작업환경에서만 묵묵히 일하는 기존 산업로봇과는 거리가 먼 이들 신세대 서비스로봇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최근들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난 99년말 기준 전세계에서 사용중인 서비스로봇은 약 7000대며 오는 2003년까지 이 숫자는 약 5만대로 8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로봇의 시장액수도 현재 7억5000만달러에서 오는 2003년까지 26억달러 규모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진공청소기 대용로봇은 제외한 숫자며 시장성장속도는 매우 비약적인 수준이다.

 공작기계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참여를 검토하다가 여러 이유로 막판에 철회한 서비스 로봇만도 5∼6종에 달할 정도로 최근 국내 서비스로봇분야 연구개발은 매우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한국이 지금보다 향상된 위치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지 않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로봇업체들이 서비스로봇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이웃 일본에서 잇따라 들려온 직립보행로봇의 개발움직임에 자극받은 국내 로봇기술자들의 경쟁심의 발로로 해석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분야에서 대일 경쟁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로봇분야에서 일본을 목표로 하는 국내 로봇업계의 개발노력이 점차 구체적인 성과물로 집약돼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용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학로봇연구팀이나 대기업보다 한발 앞선 콘셉트의 제품을 개발중인 벤처기업들의 로봇개발 움직임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선 대학연구소의 로봇개발에서 삼척대학교 연구팀은 개처럼 가스센서를 이용해 냄새를 찾아가는 로봇을 선보였다. 이 냄새맡는 로봇은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대부분의 냄새를 분별할 수 있으며 자체 구동능력으로 냄새 진원지를 추적할 수도 있다. 그동안 로봇개발에서 등한시해온 후각을 채택한 연구용 로봇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강대 로봇동아리 메카는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음료수를 서빙하는 생활로봇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서빙로봇은 바텐더처럼 세심하게 음료주문을 받아내며 음악에 따라 춤추는 동작까지도 가능해 머지 않아 현실로 등장할 생활형 엔터테인먼트로봇의 일면을 추측케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현상은 상용화 수준에 다다른 청소로봇의 등장이다.

 청소로봇은 한마디로 진공청소기에 구동바퀴, 위치제어센서를 장착해 혼자서 방안을 청소하도록 만든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다.

 이번 전시회에 한울로보틱스와 동아제어시스템이 자체 청소로봇을 전시하는데 배터리용량의 부족으로 청소능력은 약간 모자라지만 자체 위치인식기능을 지원해 실내에서 효과적인 청소작업로직을 구현하고 있다.

 기존 진공청소기보다 훨씬 비싸지만 대형아파트나 고급주택가를 중심으로 충분히 실용화 가능한 서비스로봇시장 영순위 제품으로 주의해서 관찰해야 할 제품군이다.

 이와 함께 한울로보틱스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기동이 용이한 동기식 바퀴이동장치도 선보였다. 이 기동장치는 360도 전방향으로 즉시 방향전환이 가능해 청소로봇과 실내 보안로봇에 필수적인 부품모듈로 평가받고 있다.

 동아제어시스템은 해저나 강물 바닥에서 이동하면서 수중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낚시용도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잠수로봇도 개발했으나 이번 전시회에는 출품하지 않았다.

 대신 이 회사는 가파른 계단도 쉽게 오르내리는 특수 로봇구동장치를 선보여 야외용 서비스로봇분야에 응용이 기대된다.

 막판에 전시계획을 취소한 로봇벤처기업 조이메카는 이미 음성인식형 홈오토메이션과 보안, 청소기능까지 가능한 서비스로봇 조이의 개발을 끝내고 오는 6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 로봇분야의 다양한 개발시도는 상업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점이 많지만 향후 국내 서비스로봇산업의 성장발전에 있어 귀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21세기 서비스로봇시장 선점을 꿈꾸는 사람은 이번 로봇전시회를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