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기업인수·합병(M&A)을 전면 허용키로 함에 따라 M&A가 증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적대적 M&A의 허용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표류하는 자금들을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기업들이 대주주 중심의 방만한 경영에서 주주 중심의 투명한 경영체제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개대되고 있다.
수십조원대로 추정되는 부동자금도 현재의 증시나 부동산, 은행예금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런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대적 M&A가 활성화되면 증시로 유입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적대적 M&A 긍정적 효과 많다=변준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M&A는 기업 구조조정의 한 과정으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문제의 해결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며 “M&A 전면 허용이 가져올 긍정적인 파장은 증시를 달굴 최대의 테마로 꼽아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적대적 M&A의 최대 효과로 무엇보다 ‘증시부양’을 꼽을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만 의존하던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기업간 전략적 제휴나 다양한 M&A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금의 증시 유입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다.
적대적 M&A 허용으로 ‘그린메일’의 발생 등 부정적인 면도 지적되고 있지만 대체로 기업의 투명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호지분이라고만 표현되던 명확하지 않은 위장 지분이 실체를 드러낼 수 있고 단기차익을 노린 대주주의 주식매각도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증시의 수급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부 변칙적인 방법으로 행해졌던 인수·개발(A&D)이나 우회상장(back door listing) 등도 수면 위로 올라서게 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M&A 활성화시 주목해야 할 기업군=증시 분석가들은 기업가치(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기업들을 M&A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또 대주주 지분이 낮거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도 적대적 M&A의 표적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밖에 진입장벽이 높거나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업종,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모기업으로 자회사와의 지분구조가 단순한 기업들도 M&A 활성화시 주목해야 할 기업군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단순히 상장 및 등록돼 있다는 프리미엄만을 겨냥한 저가 관리종목들에 대한 M&A 시도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용어해설>
그린메일:사전에 몰래 일정 지분을 확보한 후 현 경영진에게 M&A가 진행중인 사실을 알리고 회사의 경영권을 자신들에게 양도하거나 혹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높은 가격으로 재매입할 것을 요구하는 방법. 단기 금전적 차익만을 노린 불완전한 M&A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다. 지난 17일 통과된 증권투자회사법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M&A 목적으로 취득한 주식을 6개월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완전한 보완은 못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