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서 지옥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올해 극심한 불황을 앞두고 있다.
18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2배 이상 성장한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은 올해 절반 가까운 감소가 예상된다. 표참조
국내 시장비중이 높은 국내 장비업체와 일부 외국 장비업체들은 험난한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넘어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
그나마 재료업체들은 시장감소가 미미해 장비업체에 비해 걱정은 덜한 편이나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그다지 순탄한 것도 아니다.
◇장비시장 동향=올해 반도체 장비시장은 포토장비, 에처 등 웨어퍼장비는 물론 테스터, 프로버 등 검사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장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설비 신증설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시장 예상치 22억3500만달러는 불황기였던 98년(13억5000만달러)과 99년(19억3000만달러)보다는 큰 규모이나 1년 만에 급감함으로써 업계에 주는 충격은 IMF 직후에 버금간다.
지난해 올린 막대한 수익을 허투로 썼거나, 올해 시장을 낙관해 지난해 설비투자를 확대한 장비업체들은 올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소자업체들은 불황기일수록 값싼 국산 제품을 쓰려 하기 때문에 국산화에 주력한 장비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 국산화율은 불황기였던 98년에 21.1%나 됐으나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는 11.7%까지나 떨어졌다. 올해 국산화율은 14.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정 등 핵심장비를 개발하고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는 케이씨텍, 아토, 주성엔지니어링 등은 상대적으로 저변을 넓힐 전망이다.
또 외국 장비업체들은 올해 수요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료시장 동향=국내 반도체 재료시장은 지난해 21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8%나 증가해 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0.7% 정도 소폭 감소가 점쳐졌다.
특히 리드프레임, 봉지제(EMC) 등 후공정 재료시장은 올해 오히려 2%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재료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들은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문제는 원가경쟁을 위한 소자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력이다. 재료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장비업체에 비해 마진폭이 낮아 이러한 소자업체의 요구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올해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재료 국산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상승하고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10억달러에 달했던 반도체 재료의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5억5300만달러에서 올해 5억1900만달러로 적자폭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