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수반되지 않으면 기술향상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들어 산업구조가 공학 주도에서 과학 주도로 바뀌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과학이 강한 나라가 부가가치를 독점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등 과학기술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현재 일반회계의 4.4%인 연구개발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한해 앞당겨 내년까지 5%로 확대하는 등 과학기술 부문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모처럼 정책방향의 가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해보다 48% 늘어난 3조7919억원을 투입하는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 2000년도 추진실적 및 2001년도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한 것은 더욱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에 크게 뒤진 우리의 과학기술이 제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투자확대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에 심의·의결한 3조7919억원의 과학기술혁신 자금을 과학기술 하부구조 구축에 1조1649억원, 중점국가연구개발사업 및 21세기 지향 신규사업에 7420억원, 기업의 지식집약화를 위한 기술개발지원 계획에 5592억원, 기초연구진흥 및 이공계대학의 연구활성화 계획에 3958억원, 과학기술인력양성 및 활용계획에 2921억원 등 총 11개 부문 86개 과제에 집중 투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우리의 연구개발 투자금액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부문을 선정한 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예산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총 9559억원이 투입되는 과학기술 하부구조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철도 안전성능 연구시설 건설과제다. 지난해보다 무려 92%가 늘어났으며,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과 국가지정연구실사업이 포함되어 있는 중점국가연구개발사업 및 21세기 지향 신규사업은 물론이고 기업의 지식집약화를 위한 기술개발지원 게획에 대한 투자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과학기술인력양성 및 활용계획 부문과 엔지니어링 기술 진흥계획 부문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은 못내 아쉽다.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은 연구비 확충에 못지않게 유능한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데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인력양성 부문 투자가 줄어든 것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과학기술을 국가전략의 중심축에 놓고 과감히 투자해야 무한기술경쟁시대에 살아남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실험학문인 기초과학의 경우 연구비가 없으면 아주 단순한 연구도 진행하기 힘들 뿐 아니라 1∼2년의 연구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축적되지도 않는다. 마치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중위권 수준을 맴돌고 있으며 경쟁국인 일본·싱가포르·대만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보다 더 많은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칫하면 영원히 과학기술 2등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로 우리의 과학기술 투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희망이자 의무라는 생각으로 지금부터 투자를 대폭 늘려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