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IDC 이니셔티브」출범 경과와 의미

 ‘ASP산업의 활로, 국제협력으로 물꼬튼다’

 자국내 왜소한 시장규모에 허덕여온 차세대 유망 정보기술(IT)산업인 ASP업계가 국제연대를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3일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갈 ‘ASP/IDC이니셔티브’는 미래 경제중심인 아시아지역 6개국의 ASP협의체. 아직은 시장공조방안이 모호하고 현실에 비해 다소 ‘욕심’이 지나친 감도 없지 않지만 ASP/IDC이니셔티브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이를 발판으로 자국내 시장에 머물러 수익모델을 고민해온 ASP업계는 해외의 시장추세와 서비스모델을 공유하고, 나아가 상호교류를 통한 시장진출 등 다각적인 협력방안 도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과=이번 아시아 협의체는 6개월여에 걸친 민간교류를 통해 탄생한 자발적인 업계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성논의가 시작된 때는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도쿄의 ‘ASPIC글로벌미팅’에 참석한 미국·독일·한국·일본 등 주요국 업계 대표들이 국가별로 산재한 ASP산업컨소시엄(ASPIC)을 상호연계하는 방안을 첫 거론하면서부터였다. 이때 국내 대표로 참가했던 한국ASPIC 오병기 부위원장은 일본측 대표인 마쓰다 회장과 접촉, 미국 주도의 시장구도에 대응할 아시아지역 업계 협의체 결성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싱가포르·대만 등 타국가 대표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변수는 아시아의 최대 발언권을 갖고 있는 중국의 행보. 도쿄회의 뒤 중국측과 꾸준히 접촉해온 한국·일본 ASPIC는 비로소 지난해말 베이징에서 열린 ‘IDC+ASP2000’행사에서 중국의 참여의사를 받아내고 총 6개국과 함께 협의체를 결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국의 공로와 세계 IT시장에서의 위상을 인정해 창립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이번 아시아 협의체는 논의를 시작한 뒤 불과 6개월여만에 급속도로 이뤄진 결실인 셈이다.

 △의미=ASP/IDC이니셔티브는 일단 세계 IT시장에서 보기 드문 국가별 민간업계의 협의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미국 주도에서 탈피한 아시아권의 공조체제로서 공동활로를 모색한다는 창립취지는 지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병기 부위원장은 “IT시장이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아시아시장의 중요성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아시아업계의 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SP/IDC이니셔티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시장범위는 아시아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 이름부터 ‘아시아’에 제한된 색깔을 없애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부위원장은 “차세대 IT 최대 수요국이자 생산국이 될 중국이 가세함으로써 이번 협의체는 사실상 글로벌단체를 의미한다”면서 “일단 한국·중국·일본 주도로 시장활성화에 있어 공조체제를 다진 뒤 미주·유럽 등과도 연계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ASP/IDC이니셔티브는 선언적 의미의 협력에서 나아가 초기 시장 창출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각종 공동시범사업을 모색할 계획이다. 지역별 데이터센터 공유와 서비스수준협약(SLA) 등에 대한 공통표준규약 제정은 조만간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이다.

 그러나 ASP/IDC협의체가 보다 안정적인 아시아 협의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최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측의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변수다. 일단 공조에 대한 합의는 이뤘지만 중국의 참여의지가 미흡할 경우 협의체는 업계의 글로벌 친목단체로 전락할 공산도 있는 것이다. 이밖에 앞으로 협력사업이 활발히 논의될 경우 일본·한국·대만 등 참여국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