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10)인터넷 전화-장비업계 동향/수출전략

음성통신환경이 서킷에서 패킷으로 그 축을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들은 지난 96년부터 음성데이터통합(VoIP)분야의 게이트웨이와 게이트키퍼, 인터넷전화기(IP폰)를 비롯해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국산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인터넷전화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국내 VoIP 장비관련 업체만도 70∼80여개에 이른다. 업체수의 확대만큼 국내 VoIP 장비사업 실적이 획기적으로 늘지는 못했다. 지난해 몇몇 이름 있는 업체들이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인터넷전화사업자에게 장비를 일부 납품한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뚜렷한 성과는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한 VoIP 장비업체들이 눈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했다. 업체별 장점을 적용한 중소용량, 패키지 솔루션 등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현황=코스모브리지(대표 최찬규 http://www.cosmobridge.com)는 중국, 미국, 일본의 현지지사를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미국에 오픈팝닷컴이라는 인터넷전화서비스 전문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오픈팝닷컴을 운영하면서 코스모브리지는 해외에 자체 장비활용 사이트를 구축한 효과와 함께 상용서비스 운용상의 레퍼런스를 다양하게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코스모브리지는 이미 한국통신에 VoIP 장비와 솔루션을 납품하는 등 공신력과 인지도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최찬규 사장은 “12억원에 이르는 거대 고객 중국은 통신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초기시장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중소업체에 중국 VoIP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코스모브리지는 올해 대중국 영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근 트랜스넷(대표 나승찬 http://transkorea.net)은 오성정보통신(대표 조충희 http//www.ohsung.co.kr)과 공동으로 한국통신하이텔에 기업형 인터넷전화 솔루션을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트랜스넷은 지난해 전체매출 2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0억원의 매출을 벌써 확보했다. 이 업체는 대용량 게이트웨이를 주력제품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 에이전트를 매개로 일본과 미국시장에 VoIP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며 그 기술력을 일부 인정받기도 했다.

 나승찬 사장은 “올해 일본과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며 “VoIP 시장은 곧 전성기를 맞을 것이며 연말까지 해외에서만 지난해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업체에서 VoIP업체로 변신한 큰사람컴퓨터(대표 김지문 htt//www.elthe.co.kr)도 최근 아이러브스쿨, 드림위즈 등에 가상사설망(VPN) 및 방화벽환경에 적용되는 VoIP 솔루션을 납품했다. 또 이 업체는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현지 통신업체인 나텔에 20만달러 규모의 VoIP 관련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큰사람컴퓨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올해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 해외에서 7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SL시스템즈(대표 박인수 http://www.sl.co.kr)는 지난 96년부터 VoIP 게이트웨이 개발에 나서 최근까지 대용량 게이트웨이(WIPS) 및 인터넷사설교환망(iPBX) 등의 자체 개발에 성공, 다양한 제품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업체는 인터넷전화사업자 텔레프리와 함께 일본,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에 자사 제품을 주력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기는 넥셀텔레컴(대표 김종원 http//www.nexcell.co.kr)도 마찬가지다. 넥셀텔레컴측은 “지난해 6월 개발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미국의 전자통신유통업체인 GTC에 연간 최소 2000만달러 어치씩 수출하기로 한 계약 체결을 비롯해 암텍사에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미국 호텔 내의 IP폰서비스를 위해 자사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중국에서도 무브정보기술과 총판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종원 사장은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중소용량 VoIP 게이트웨이 장비를 집중 공급해 올해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제와 전망=VoIP와 관련, 우수한 자체 기술을 가진 업체라 하더라도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소업체들은 해외시장에 대한 인지 정도가 일반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수많은 실패를 이미 경험했으며 앞으로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업체의 경우 최근 중국업체에 VoIP 장비를 납품하고서도 공급물량에 대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회사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는 한국업체가 중국 현지업체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를 안 한 것이 큰 원인이었지만 중국시장이 워낙 혼탁하게 흐르고 있는 것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국내 VoIP시장 활성화가 한국업체에 해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높게 일고 있다. VoIP 장비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VoIP 장비업체들이 여러 방면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납품사례도 늘고 있지만 국내 VoIP 시장이 활성화되고 국산장비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 및 활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해외진출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VoIP 장비업체가 해외에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국통신과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국산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성장의 기회를 가진 신산업을 다 함께 키워간다는 시각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