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디아블로 게 섰거라.’
비주류 롤플레잉 게임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선봉에 선 장수는 ‘그란디아2’와 ‘이블 아일랜드’. 롤플레잉 게임에 관한 한 변방과 다름없는 일본과 러시아의 신병기들이다. 이들은 창세기전과 디아블로가 할거해 온 국내 롤플레잉 주류시장에 반란의 깃발을 한껏 높이고 있다.
오는 27일 ‘시베리아 특급’ 이블 아일랜드가 먼저 출사표를 던지는데 이어 ‘가미가제 특공대’ 그란디아2도 5월초 출격을 벼르고 있다.
그동안 ‘변방의 역습’은 줄기차게 시도됐다.
일본의 경우 ‘파이널판타지’ ‘랑그리사’ 등 자국의 인기 롤플레잉 게임을 국내에 잇따라 소개했고, 러시아도 4년전 ‘얼로즈’라는 게임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국산과 미국 게임의 두꺼운 아성에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 했다.
특히 국산 게임의 경우 유독 롤플레잉 장르만큼은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세계적인 블록버스터인 ‘디아블로2’가 나오기 전에는 거의 독주체제를 유지해 왔다.
때문에 이번 비주류의 반란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다.
그러나 이번 역습은 두 작품 모두 게임의 완성도에서 저마다 발군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란디아2’는 최근 일본 롤플레잉 게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게임와치가 드림캐스트용 비디오 게임으로 개발했고, PC게임으로는 국내 게임개발사인 막고야(대표 홍동휘)가 처음 컨버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막고야는 비디오 게임의 화려한 그래픽을 PC판으로 거의 완벽하게 이식했다고 자랑한다.
‘리얼타임 액티브 배틀’이란 실감나는 전투가 이 게임의 백미다.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텍스트 한글화는 물론 음성도 한국어로 더빙했다.
‘이블 아일랜드’도 러시아식 롤플레잉 게임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이다.
이원소프트(대표 한인철)가 국내에 선보이는 이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인 ‘테트리스’에서 맛볼 수 있었던 러시아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롤플레잉 게임인 ‘발더스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정통 어드벤처 롤프레잉 장르를 구현한 게 특징. 롤플레잉의 최근 추세인 풀 3D로 제작됐고 멀티플레이 기능도 갖췄다.
하지만 ‘그란디아2’는 난이도가 비교적 낮고, 영문판인 ‘이블 아일랜드’의 경우 한글화되지 않은 결점을 갖고 있다.
‘비주류 2인방’의 이번 역습은 향후 국내 게임시장의 판도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이원소프트는 ‘이블 아일랜드’가 성공할 경우 또 다른 러시아 게임을 출시할 방침이고, ‘그란디아2’가 성공하면 일본 게임이 속속 현해탄을 넘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승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롤플레잉의 맹주 ‘디아블로2’의 확장팩이 출시되는 6월 이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