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4)애니메이션이 뮤지컬을 만났을 때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둘리!’

 아기공룡 둘리의 낯익은 주제가다. 애니메이션은 음악적 이미지가 필요하다. 음악에는 율동이 따라온다. 유치원생들에게 노래를 율동과 함께 가르치는 것은 리듬감을 통해 노래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은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과 함께 김수정 화백의 원작 출판만화인 ‘아기공룡 둘리’를 가족뮤지컬로 제작한다. 1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이번 뮤지컬은 3년 전부터 기획해 온 작품이며, 그 흥행 모델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이언 킹’이다.

 뮤직컬 ‘라이언 킹’은 애니메이션 원작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특성화된 동물 캐릭터와 화려한 무대 디자인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벌어들인 수익 못지않은 수익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흔히 콘텐츠산업을 ‘원소스 멀티유즈’라고 하지만 월트디즈니는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한 번 흥행한 원작을 끊임없이 활용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10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세계에서 월트디즈니가 유일하다고 하지 않는가!

 본래 월트디즈니는 뮤지컬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930년대 제작한 ‘실리 심포니(Silly Sympony)’라는 일종의 클래식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부터 1937년 ‘백설공주’, 그리고 1997년의 ‘헤라클레스’까지 뮤지컬의 다양한 기법과 표현을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적용되는 뮤지컬식 기법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야기의 이해도를 높이며 이후 음반 판매와 다양한 부가가치산업으로의 연계성을 강화시키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1990년대 이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월트디즈니가 주제가상을 독차지하는 광경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돼 버렸다. 뮤지컬식으로 작품을 구상하면 대사도 시어처럼 일정한 운율을 갖게 된다. ‘라이언 킹’에서도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듯 정연하게 정리된 대사를 만나게 된다. 결국 뮤지컬적인 기법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관객의 흡인력을 확대시켜 흥행성을 만들어낸다.

 뮤지컬 배우는 과격한 군무나 무용을 할 때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무용과 노래를 동시에 한다. 아주 일상적으로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애니메이션이 뮤지컬을 만났을 때 보여주는 힘이다.

 이런 디즈니식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공식화는 여타의 영화제작사나 다른 나라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동일한 양식을 만들어낸다. 디즈니식의 현란한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등장인물이 극의 분위기가 고조될 때 자연스럽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아기공룡 둘리’도 1996년 극장에서 개봉됐을 때 OST 음반으로 10여곡 정도가 창작돼 시판됐다. 이렇듯 영화음악이 뮤지컬식 기획과 만난다면 우리의 애니메이션도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되는 행운을 만나지는 않을까. 5월을 기다리며 희망을 가져본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