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장관 한갑수)가 추진중인 농축산물 사이버도매시장 구축 프로젝트가 추진주체 선정과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농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정대근)가 농축산물 e마켓플레이스 구축작업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농협의 약진=농협은 최근 중앙회 내 농업경제기획부, 양곡부, 채소부 등 6개 실무부서에서 인원을 차출, 현재 양재동 전산정보부 내 e마케팅팀에서 오는 9월 자체 농산물 e마켓플레이스 개설을 목표로 관련 업무 추진이 한창이다.
농협은 현재 삼성SDS, CJ드림소프트 등 5개 시스템 개발사업자에 발송한 제안요청서(RFP)를 25일 등록마감하고 다음달 초 업체선정을 끝낼 계획이다.
농협이 추진중인 e마켓은 생산지 단체와 소비지 대형업체간 직거래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다. 따라서 기능상 현재 지자체별로 오프라인상에서 운영중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역할을 맡게 된다.
농협은 일단 오는 9월부터 양곡을 시작으로 연내에 청과, 채소, 축산물까지 온라인 도매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림부서 추진중인 사이버도매시장 건립이 백지화되면서 사업 자체가 농협으로 이관된 상태”라며 “해당 예산 역시 농협이 추진중인 농산물 e마켓 구축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농림부의 주춤=‘농수산물 사이버도매시장’ 설립과 관련, 이미 지난해말 최종안을 도출한 농림부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는 완료됐어야 할 사업자 선정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협의 ‘농림부안 백지화’ 발언에 대해 농림부 시장과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농협 등 특정사업자에 대한 예산 집행 역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최근 이번 사업을 내년도 추진사업으로 연기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100억원 가량의 내년도 사업예산 확보를 위해 이달 말까지 사업규모 정도만 확정키로 했다. 따라서 쟁점이 돼 온 ‘사업주체 선정’ 등의 문제는 하반기에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e마켓의 문제점=농협이 단독 추진중인 농산물 e마켓의 경우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협은 현재 자체 대형 할인매장인 하나로마트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 e마켓에 대형 경쟁 유통업체들이 선뜻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관련업계의 우려다.
농산물 e마켓은 설립 그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B2B거래에 기반한 농수산물 e마켓은 그 기능상 지자체마다 운영중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현행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매시장의 설립은 각급 지자체장의 허가를 얻어 개설토록 돼 있다. 따라서 농협이 추진중인 농수산 e마켓을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또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가능하다면 개별 민간사업자별 자율적 개설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도매시장 설립과 운영이 지자체마다 이권사업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질 개연성이 높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