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정부출연연의 역할 및 운영체제에 대한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출연연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형진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주제발표를 통해 “역대 정권교체기마다 기능 재정립이라는 미명아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감행함으로써 출연연의 기능이 저하됐다”며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출연연 지원과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연구기능과 분위기는 오히려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는 산업계·학계·출연연 등에서 참석한 토론자들이 출연연의 임무와 역할, 연구예산 지원시스템 개선방안, 인사정책 개선방안, 이사회 체제 점검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출연연 운영체제에 개선여지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임기철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출연연의 임무 및 역할에 대해 “허황되거나 모호한 목표보다는 실천가능한 세부목표를 수립, 구성원의 합의를 얻은 후 실천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도 박사(화학연구소)도 “출연연의 운영이 연구와는 관계없는 노조활동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무엇보다도 노조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연구예산 지원시스템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유성재 교수(중앙대)는 “정부가 성과주의 정책을 채택하고 예산을 경쟁원리에 의해 배분하고 있으나 아직도 출연연은 효율이 낮은 편이다. 마치 활동의 목적이 연구비 획득 그 자체에 있고 연구성과는 그 결과 얻어지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장인순 소장(원자력연구소)은 이같는 비판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연구주체별 역할 정립 및 연구비 배정 특성화가 필요하다”며 “연구소장에게 연구예산 사용권한을 대폭 부여하며 연구예산 배정시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출연연의 인사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서영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전문가 주도형 과학기술 정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아직도 관료나 정치논리에 의해 과학기술정책이 수립되고 강행되고 있다”며 과학자 중심의 출연연 활성화방안을 도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상 박사(기계연구원)도 “신규인력 충원 억제로 연구원 구성의 역삼각형화가 진행되고 있어 연구보조인력을 유연성있게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원장 선임에 있어 연구소의 주체인 연구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체제에 대해 박원훈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현 이사회체제는 옥상옥 구조라는 비난이 많으며 각 부처의 견제로 이사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의 기획대로 이사회가 자율적 예산권을 행사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과기부로 소속을 변경시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사회 구성에 있어 연구소 출신 전문가가 배제돼 출연연의 관료화가 우려된다”며 “따라서 연구소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이사회의 전문성 유지 및 출연연의 역할 재조정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