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봉수 지음, 중앙M&B 펴냄, 9000원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감기로 앓아 눕는다.’
국내 언론이 한국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빗대어 자주 쓰는 표현이다.
특히 몇년째 ‘고공비행’을 해오던 미국경제가 최근들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우려는 날로 높아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나스닥의 움직임에 따라 코스닥이 지옥과 천당 사이에서 춤추는가 하면 ‘제2의 IMF’에 대한 경고도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이른바 ‘신경제’라고 불리며 파죽지세를 이어 오던 미국경제가 왜 주춤거리기 시작하는가. 또 한국경제는 왜 이렇게 허약해졌는가.
임봉수 스탠퍼드 초빙 연구원이 지은 ‘미국발 긴급 리포트’는 이런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신문사 경제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미국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과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명쾌하게 짚어낸다. 저자는 해외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각종 통계를 꼼꼼히 취재하면서 하나의 기획기사를 쓰듯 이 책을 풀어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국경제가 이미 경기후퇴국면으로 들어섰고 잘못하면 2001년 이후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경제가 이상징후를 보이게 된 원인에 대해 저자는 “근본적으로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3대 주체가 고질적인 부실을 누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또 지난 99년 6월 이후 미 FRB의 급격한 금리인상도 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전자가 상시적인 불안요인이었다면, 후자는 그런 불안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한국경제의 위기요인에 대해서는 유가급등, 반도체 경기침체, 금융시장 경색 등 여러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실패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원론적인 내용이지만 “정치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구조조정을 확실하게 밀고 나가 한국경제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