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모다정보통신 사장)=발표자들의 고급인력 양성방안에 공감하면서도,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 실컷 놀며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릴 때 학교공부에 시달리지 않고 인격을 도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후일 전문교육에 열중하고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첩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근식(온더아이티 사장)=우수인력들을 양성해놓으면 대부분 외국계 업체에 취업한다. 또 국내의 실력있는 인력들을 데리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도 국내업체들이 사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굳이 정보통신기술(ICT)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마저 든다.
◇정현우(세보아 사장)=현실적으로 벤처기업이 제품개발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고급인력의 산실은 대학 연구실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산학협동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성공적인 산학연계의 전형을 창출한 예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학의 연구인력이 자연스럽게 벤처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데 그 주된 요인이 있다고 본다. 벤처기업이 적정의 병역특례요원 T/O를 확보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또 외국계 기업을 위시한 거대기업들의 고액연봉 공세는 벤처에 마음을 두었던 젊은 연구인력들이 뜻을 접게 만든다. 결국 벤처와의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인력들이 학업을 마친 후 벤처로 이전하지 못하고 대기업이나 군입대 등으로 흘러감으로써 그간의 공동 연구로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또한 분산돼 유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의 실리콘벨리가 스탠퍼드대학을 모태로 한 다양한 산학협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이 벤처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의 수립은 그 어느 것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기반연구팀장)=IT분야 고급인력은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물·공기와 같은 환경 그 자체다. 아울러 IT공동체의 주인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한 때다. 인터넷 이용자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IT문화시민과 IT경제인을 기를 시점이라고 본다.
◇김원식(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 정보통신국장)=IT인력 문제의 핵심은 인력은 많은데 사용할 만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비정규 교육기관의 IT교육방향이 궁금하다.
◇어수봉(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장)=인력은 많지만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지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중앙고용정보원도 국내기업의 IT교육 양성학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고급 IT인력 양성의 핵심은 ‘원천기술’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이나 학교는 뒤처질 것이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가 이를 활용해 인력을 교육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영일(시스윌 회장)=21세기에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이기려면 소프트웨어 수준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전국민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서가는 IT기업 및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 최고급 IT인력
양성과정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양호(베이직기술투자 사장)=지금 우리나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같은 인력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로 쓸 만한 인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만난 지방대 모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효율적으로 나누기 위해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교수창업이 인력공급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진구(코인텍 사장)=기업은 인력의 실수요자다. 요즘 초급 IT인력은 그런대로 지원·공급이 잘 되고 있으나, 중·고급 인력은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중·고급 인력은 급여도 높고, 심할 경우 고급인력은 하루 100만원까지 주고서 데려오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인력양성기관에서 고급인력을 단기간에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워낙 급격하게 변하다보니 고급 엔지니어들의 경우 근무시간의 3분의 1을 교육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교육기관들이 IT인력 교육을 담당하다보니 땜질교육에 그치고 있다. 공교육기관이 저렴하면서도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또 가르치는 사람들의 수가 적은데, 이런 문제는 교육인적자원부 등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양희(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학생들을 중심으로 하고 교수가 도움을 주는 교수 벤처창업은 인력양성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특수기관을 만들거나 외국에 거액을 주고 보내기보다는, 전문 노하우를 가진 전문교육기관과 함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기식(한국오라클 제품기술본부장)=기업들이 공히 느끼는 점은 신규 인력을 1∼2년 정도 교육을 시켜야만 기업들이 원하는 정도의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규인력들은 채용되자마자 원하는 수준에 거의 육박하고 있고, 오히려 신기술 분야에서는 기업내에 새로운 흐름을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인도는 10억명의 인구 중 소프트웨어 인력이 소수지만 세계 도처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들의 ICT교육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두가지라도 집중해 철저히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태명(성균관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우리나라에서 ‘오려는 사람은 많으나 쓸 만한 인재는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대학에 교육·연구투자 명목으로 장비나 자금을 적극 지원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이런데도 대학(원) 인력들을 무조건 질타하는 것은 무리다. 또 고급인력은 소수만 있어도 되고,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력이 많아야 한다.
◇유병배(엘지솔루션마트 부사장)=정보통신 분야에 사람은 많은데, 정작 기업에서 쓸 만한 사람이 없어 ‘구인과 구직’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정보통신학과 졸업생들의 실력이 부족하고, 학교에서 배운 공부를 사회에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대안으로 첫째, 정보통신교육을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하거나 소프트웨어·정보통신 고등학교를 설립해 전문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시키고, 대학입시에서 관련 전공학과에 진학시 혜택을 준다면 우수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학에 부설정보통신교육원같은 기관을 설립, 기업체와 제휴해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성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산학협력정보센터같은 기구를 대학에 세워 급변하는 선진기술을 기업에 신속히 보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진호(아이월드네트워킹 사장)=ICT교육과 관련한 여러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 중 장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우선순위를 매겨 그 중 핵심적인 몇가지 안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IT인력 부족에 관한 대책으로 각종 IT관련 연구소의 신설, 대학의 IT관련 정원 증가 등 중장기적 차원의 방책을 세웠음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임시취업비자 제도를 도입해 인도나 중국의 우수 IT인력을 대거 받아들임으로써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문 IT인력 양성과 수급을 위해 우리에게 먼저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결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단기적이지만 과감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컨데, 학생들이 아닌 교사들에 대한 IT재교육에 당분간 집중하는 것 등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우승구(교육인적자원부 정보화기획담당관)=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램 전문가들을 가르칠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단계 교육정보화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거의 확보했으며, 5월에 2단계 교육정보화 종합발전방안을 수립해 시행하겠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