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진흥회는 전자산업 중심이던 국내 산업구조가 정보기술(IT)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형태의 협회가 잇따라 만들어져 회원사들의 관심이 조금씩 줄고 있는 상태. 이 때문에 진흥회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진흥회는 변화의 단초를 임원에 대한 공개모집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오는 5월 1일자로 취임하는 이희준 이사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희준 이사는 25년의 진흥회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승진이 아닌 공개모집을 통해 이사직에 취임하는 인물. 특히 삼성전자 출신이다.
전자산업진흥회장은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이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사석에서 LG전자 쪽에서 회장을 맡게 되면 국내 전자업계의 또 다른 축인 삼성 측의 지원이 소홀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내비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삼성 인맥의 진흥회 이사 선임으로 삼성전자의 지원이 지금보다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진흥회 측의 기대다.
또 이번 공개모집은 진흥회의 변화를 원하는 회원사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회원사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에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진흥회에 몸바쳐온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그것이다. 유래없는 이사 공개모집을 바라보는 내부 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고 불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직 승진을 위한 경쟁이 내부에서 외부까지로 확대돼 그만큼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진흥회는 최근 인터넷협의회, PCB협의회, 금융자동화기기협의회, 노래방협의회 등 각종 협의회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또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그들의 가려운 부분 찾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원사 결집에 나서고 있다.
진흥회에서 12년 동안 근무해 온 한 직원은 “사실 이번 이사 공모는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섭섭함을 내비치면서도 “일단 결정된 부분이기 때문에 힘을 합쳐 진흥회의 진흥에 전념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제 진흥회는 이같은 내부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진흥회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25년 만에 이뤄진 이사 공모가 진흥회의 대외 위상 제고로 이어져 ‘내부 반발’이 ‘적극적 협조’로 바뀔 수 있을지에 전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