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이 한권의 책]’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서두칠 외 펴냄, 김영사 펴냄

◆필코전자 대표 조종대(사진)

 

 첫 3페이지 정도를 읽었을 때 느낌은 저자 서두칠 사장이 처한 당시의 한국전기초자 상황이 어쩌면 그렇게도 94년 우리 회사의 상황과 유사할까 하는 것이었다.

 누적적자로 인한 살인적인 부채비율, 자신의 밥 그릇만 챙기려는 노동조합,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설마 망하기야 하겠나’라는 안이한 사원들의 의식구조 등 제반 상황이 거의 일치했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쇄락하는 기업의 일반적인 조건인가 싶다.

 저자인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사장은 취임과 함께 우선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의 종업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준다. ‘혁신 98’ ’도약 99’ ’성공 2000’이라는 중기 비전과 ‘전체가, 동시다발로, 숨가쁘게’라는 원칙에 맞춰 진행했다.

 결국 그와 한국전기초자의 직원들은 7가지 혁신활동을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첫째, 기계·설비라인의 구조조정이다. 현장은 그 제품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한눈에 물류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배치돼야 한다.

 둘째, 제품의 구조조정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중소형 텔레비전 유리만 생산하던 구조에서 탈피, 대형 유리나 컴퓨터 브라운관 유리로 바꿔 나갔다.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셋째, 금융의 구조조정이다.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대체하고 고금리자

금은 우선적으로 상환해 금융부담을 줄여 경영수지를 개선했다.

 넷째, 노사관계의 구조조정이다. 기본적인 노사관계의 방향은 쟁취·갈등 관계가 아니다. 직원은 회사의 발전방향과 같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주체며 회사는 열린 경영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토록 했다.

 다섯째, 인력이다. 97년 한국전기초자 파업의 직접적인 동기는 용해로에 불이 꺼지면서 고용에 불안을 느낀 사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일자리의 보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흔히 구조조정하면 일반적으로 감원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전기초자는 의도적인 감원 없이 15%의 자연 감소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공정간 전환배치를 통한 인적 자원의 효율 제고, 지원부문 분사 등을 통해 자연 감소정책을 취했다.

 여섯째, 역시 살 길은 기술이다. 외국기술에 의존해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는 구조를 탈피, 자립기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98년에 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시장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마지막은 사고방식의 변혁이다. 직원들의 부정적 사고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전환시켜 나갔다. 이는 구조조정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다. 직원들의 의식변화가 없었다면 혁신활동은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의문점은 혁신활동중에 영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은 서두칠 사장이 취임 후 직원들과 가진 첫 대면에서 언급한 ‘고객불만 제로의 값 싼 제품을 납기 내에 공급하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품질이 우수한 값 싼 물건을 제 때에 공급하는데 영업이 따로 할 일이 무엇이겠느냐’라는 반문이다.

 한국전기초자는 사장에서 말단 직원까지 올해로 4년째 하루 일과를 아침 6시에 시작한다. 그리고 명절은 물론이고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다. 이런 회사가 다른 회사로부터 세계 제일이라는 찬사와 인정을 받고 그로 인해 그들에게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