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만큼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합니다.”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TV 프로그램 전문시장인 ‘MIP-TV 2001’에서 131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 주목 받고 있는 한신코퍼레이션의 최신묵 사장(50). 그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살 길은 해외시장 개척뿐이라고 단언한다.
최 사장은 75년 대우에 입사해 92년 퇴사할 때까지 무역부문 국내 및 해외 지사에서 활약한 종합상사맨이다. 특히 87년 동베를린에 한국 최초의 지사를 개설하는 등 대동구권 시장개척에 많은 공을 세웠다.
90년대 초 영상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미국 폭스사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중간 경영자들의 이해 부족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자 92년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애니메이션산업에 뛰어들었다.
종합상사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해외 수출에 나선 그는 선수주 2억달러를 달성, 2008년까지 제작물량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일·프 3국이 과점하고 있는 세계시장구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제작비용 때문에 선진국들도 부담을 느껴 한국을 합작 및 공동제작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은 이런 해외 합작사업에 국내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은 종합엔터테인먼트입니다. 컴퓨터기술이나 그림 등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경영과 마케팅, 파이낸싱, 기획 등 모든 부문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한 편의 완성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전체적인 시야를 갖지 못하고 무작정 제작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신코퍼레이션은 아직 100% 자체 제작보다는 선계약을 마친 후 제작하는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흥행에 성공해도 얻을 수 있는 몫이 적다.
“결국 국내 애니메이션이 자체 제작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한신은 이런 국내 애니메이션의 발전 선상에서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는 올해 회사를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업체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