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의 피(p)자도 모르고.’
펀딩(funding)의 영문철자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아무런 준비와 전략 없이 무모하게 펀딩을 추진하는 벤처기업을 겨냥한 매우 냉소적인 표현이다. 지난 일년이 필자를 향해 내뱉은 쓰디쓴 독설이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약이 되기를 바라며 A사의 사례를 들어 보기로 하자.
A사는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자바기술을 응용한 모바일솔루션업체로 지난해초 설립됐다. 경영자는 외국에서 수학한 디자인 전공자로서 사업경험을 갖췄고, 기술팀 또한 대기업 연구원 출신들로 개발경력이 풍부해 벤처사업을 위한 기본자질을 구비한 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펀딩작업을 일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시 동종업체인 B사는 200억원대의 시장가치를 요구하며 펀딩을 추진하고 있었다. A사는 이 소식에 다소 고무됐지만, 벤처투자시장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B사의 사업모델을 A사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어 초기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중반부터 인터넷사업의 수익모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코스닥시장의 붕괴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펀딩작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당시 만났던 벤처투자 심사역들은 A사의 기술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현재 기술적 우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기술을 응용한 콘텐츠서비스가 핵심사업 역량으로 과연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그러한 전략이 어떻게 수익창출과 연결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 국내 무선인터넷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A사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사는 무선인터넷사업의 가능성을 우선 이웃 일본시장에서 찾기로 하고 도쿄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 NTT도코모의 주요 협력사 중 한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꾸준히 사업모델을 개발해 적은 규모나마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 현지에 모바일콘텐츠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최근 A사는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일본의 전략적 파트너는 물론 국내 창투사, 해외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20여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동종업체인 B사 역시 얼마전에야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다행스런 결과다.
A사의 예처럼 펀딩을 위한 준비와 전략은 회사의 사업내용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더구나 펀딩은 자금시장의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펀딩규모나 조달조건 때문에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펀딩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