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연구진흥원 이전 추진에 대전시·대덕벤처기업 거센 반발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신임원장 취임과 함께 편법적으로 서울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지자체와 지방관련 벤처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통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지자체와 지방벤처기업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올들어 정부가 추진중인 지방벤처기업 육성정책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대전시와 지방벤처기업들의 여론과는 달리 최근 내부적으로 서울이전계획을 추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뉴코아백화점과 킴스클럽건물 매입을 검토하는 등 서울 이전을 위해 정보통신부 및 성남시 등과 협의중이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특히 지난 3월 전창오 신임원장취임과 함께 자체사옥 마련을 빌미로 서울이전을 추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규칙’과 수도권 정비계획법 등을 편법적으로 이용해 이전을 위한 법적근거로 삼고 있어 대전시 등 지자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대전시와 대덕벤처밸리 입주업체들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서울이전은 정부 기관의 지방 분산정책에도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지방벤처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킨다”며 청와대 등 관계기관에 이전반대 입장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수도권 인구 과밀집중을 억제하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관공서나 정부기관의 서울 이전이 불가능하자 편법적으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규칙’을 적용, 지방벤처기업들을 무시한 채 자체사옥 마련을 이유로 서울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벤처기업이 전체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할 때는 벤처육성기관으로 규정받기 때문에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관계없이 수도권 이전이 가능하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관계자들 역시 지난해 말 연구진흥원발전협의회의 합의내용 가운데 ‘자체건물의 위치를 대전으로 한다’는 약속과 이전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 등을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으나 진흥원측은 직원들을 면담하는 등 설득을 통해 직원 의사와는 달리 서울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진흥원의 내부관계자는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까지 합쳐 50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정보통신부가 배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옥마련과 함께 서울이전이 내부방침으로 확정되자 일손을 놓고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원장이 올해 새로 선임되면서 자체 건물을 확보한다는 구실로 서울 이전을 본격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이전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IT벤처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지방벤처기업들을 소외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방IT벤처기업으로서 정부의 각종 지원대상에서 소외되고 있어 사업할 맛이 나지 않는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진흥원측의 편법이전으로 수도권 70%의 IT벤처기업을 위해 30%의 힘없는 지방IT벤처기업들이 또다시 희생하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진흥원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원들의 전체회의와 부서장회의 등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서울 이전을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통부의 예산승인이 나는대로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통부는 민간기관인 ‘정보통신종합시험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확보차원에서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이전문제를 연계시켜 추진했으나 논란이 일자 시험센터만을 독립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지난 91년 ETRI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뒤 지난 99년 독립법인으로 승인을 받아 현위치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ETRI소유 건물에 영구 임대로 들어와 정보통신 분야의 기반조성, 선도기반 기술개발, 중대형 컴퓨터 보급, 멀티미디어 산업지원 등의 사업과 인력양성, 벤처기업 육성 등에 매년 2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지원해 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