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트랙레코더>(13)일신창투 김학범 투자팀장

 일신창업투자를 대표하는 투자조합인 일신·데이콤펀드의 운영을 맡고 있는 30대 초반을 갓 넘긴 벤처캐피털리스트. 일신창투의 김학범 투자팀장(34)은 창투사 경력이 만 2년된 초보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지난 99년 4월 일신창투에 입사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이 벤처캐피털리스트 이력의 전부다. 220억원 규모의 펀드 운영을 맡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김 팀장이 일신창투에 입사하기 전 2곳의 직장을 거치며 쌓은 경력을 보면 이러한 인식이 기우임을 알 수 있다.

 김 팀장이 벤처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3년 7월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김 팀장은 당시 삼성물산 신사업기술팀에 근무하면서 연구소 등과의 프로젝트 투자 및 중소기업의 기술을 후진국에 수출하거나 선진국의 기술을 수입하는 국제간 기술교역 업무를 담당했다. 이 당시 경험이 지금의 벤처기업 심사 및 기술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토양이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벤처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업무가 벤처 관련 업무였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었고 조직 자체도 타이트했기 때문에 일하는 기간에 비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김 팀장은 당시 일본으로부터 고가에 수입되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D LCD)의 핵심부품인 백라이트나 편광필름 등의 기술을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도입, 삼성전자와 함께 국산화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95년 11월 삼양종금 해외투자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금융업무에 대한 감각도 익히게 됐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필요한 기술적인 안목과 함께 금융시장의 흐름까지 익힐 수 있던 기회였다. 이런 김 팀장의 경력은 일신창투에 입사하면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일신·데이콤펀드를 통해 엔피아·CD네트웍스·와이즈엔진·ANI콘텐츠 등 15개 업체에 투자를 했다. 이 중 10억원을 투자했던 엔피아는 개나리벽지를 인수, 코스닥시장 우회상장으로 한때 주목받기도 했다. 투자금액 중 10% 정도를 처분, 4배의 투자수익을 거두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90%의 투자금액은 회수하지 않은 상태다. 인수후개발(A&D)의 물결을 타고 고가에 처분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 회사의 성장 잠재력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일신애니메이션투자조합의 운영도 맡고 있다. 일신·데이콤펀드를 운영하며 생긴 네트워크를 통해 조성한 투자조합이다.

 “투자는 투자기업에 에이전트십을 주는 것입니다. 벤처캐피털은 운영을 맡긴 자금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조언과 견제를 통해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결코 투자회수에 대한 조급한 생각을 갖고 접근해서는 안되는 작업입니다.”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지론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