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체들「SK텔레콤을 잡아라」

신용카드업계가 SK텔레콤 제휴카드 프로그램에 진입하기 위해 온통 혈안이 돼 있다. SK그룹이 신용카드사 인수를 잠정 보류하는 대신 SK텔레콤을 내세워 신용카드사들과 제휴카드 프로그램을 추진키로함에 따라 카드업계는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 붙잡기에 몸이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전세계적으로 각종 로열티를 연계한 통합제휴카드가 신용카드시장의 새로운 활로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여서 차세대 이동통신의 주도권과 1400만 고객 잠재시장을 보유한 SK텔레콤이 집중적인 구애의 대상인 셈이다.

 ◇치열한 구애작전=비씨·LG·삼성·국민·외환 등 5개 카드사와 신한·한미 등 은행들은 이미 SK텔레콤에 제휴카드 계약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일반적인 제휴카드 프로그램의 경우 카드사들이 오히려 제안을 받아 결정해 온 관행을 감안할 때 ‘갑’과 ‘을’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특히 이번에 제안서를 제출한 카드사들 대부분은 종전 제휴카드 프로그램과 달리 매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카드사 관계자는 “다소 씁쓸한 감마저 들지만 SK텔레콤을 붙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비은행계로는 최대인 LG캐피탈 관계자는 “SK텔레콤 제휴카드 프로그램은 향후 생존차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무조건 제휴를 해야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룹계열사인 LG019가 있지만 제휴카드의 성공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SK텔레콤이 생존대안이라는 흔치 않은 고백이다.

 하지만 최근 SK텔레콤의 방침이 공식 발표되면서 시작된 이번 제휴카드 수주전은 이미 꾸준히 물밑에서 거론돼 온 사안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그동안 신용카드시장 잠식을 우려해 겉으로는 SK텔레콤에 한 목소리로 경계했지만 실은 개별적인 접촉이 있어왔다”면서 “SK텔레콤으로서는 앉아서 고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SKT에 왜 목을 매나=신용카드업계가 SK텔레콤과의 제휴카드 발급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통합 ‘로열티’만이 향후 시장활로를 타개할 공통 대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미 4000만여장에 달하는 신용카드가 발급된 상황이어서 새로운 촉매제 없이는 더 이상 시장확대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제휴대상이 넓은 고객층과 사용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주 최대 통신사인 텔스트라와 항공사인 퀀터스, 은행계 카드인 에이앤젯이 3, 4년 전 출시한 단일 제휴카드 프로그램의 경우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신용카드시장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카드발급을 늘리는 것도 목적이지만 다양한 용도에 카드 사용액을 늘려야 한다는 더 큰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OK캐쉬백 등 각종 잠재고객과 사용범위를 고려할 때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라고 말했다. LG캐피탈은 대우오토·LG정유·019 제휴카드를, 삼성카드는 삼성오토카드·016·인터넷카드 제휴카드를 각각 발급키로 한 바 있지만 실적은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전망=SK텔레콤은 일부 카드사를 우선 제휴대상으로 선정한 뒤, 발급조건 등을 협상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카드사들이 적극적이어서 속전속결로 전개될 수도 있지만 SK텔레콤·신세기통신·OK캐쉬백 등 다양한 파트너가 개입한 만큼 가맹점과 카드사간 비용부담 문제 등을 놓고 다소간의 진통도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은 제휴대상 카드사에 제한을 두지않는 한편, 발급조건도 차별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인수가 목전에 이르렀던 얼마 전까지도 SK캐피탈과 제휴카드 독점 발급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정면 반대했던 목소리가 이를 반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제휴카드 프로그램을 계기로 신용카드시장은 로열티를 둘러싼 격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종전 시장판도를 흔들 수도 있는 변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