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 특약】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인 ASM리소그래피(ASM Lithography)가 미사일과 스파이 비행기에 활용가능한 광기술을 개발하는 사업부를 포함한 실리콘밸리그룹(SVG) 인수계획을 미국 정부의 관련 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다.
ASML은 미 재무성 산하 해외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가 ASML이 실리콘밸리그룹 사업 단위인 틴슬리연구소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캘리포니아주 소재 SVG를 16억달러에 인수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해외투자위원회는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할 때 국가안보 문제를 검토하는 곳이다.
ASML의 CEO인 덕 던은 최근 기자 및 투자자 회견에서 이번 승인에 따라 SVG 인수가 이달 2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던 CEO는 네덜란드 기업인 자사가 120여명을 고용한 틴슬리를 앞으로 반년안에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만약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ASML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엄격한’ 조건을 적용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 두개 업체가 틴슬리 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던 CEO는 이들 업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던은 ASML이 SVG 인수를 위한 주식 제의를 지난해 10월 발표했기 때문에 워싱턴 관가가 이번 거래에 일찌감치 ‘깊이 관련됐었다’고 밝혔다.
틴슬리는 반도체와 스파이 카메라, 미사일을 제조할 때 유용한 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에 ASML이 SVG 인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미 해외투자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끝난 45일 동안의 심사기간에도 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해 이 결정을 부시 대통령에게 이관했었다.
미 당국은 만약 틴슬리가 외국의 통제하에 들어간다면 민감한 광기술이 중국같은 나라로 이전될 것을 우려했으며 일부 미국 상원의원들도 틴슬리와 SVG 인수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ASML은 틴슬리와 SVG 인수를 위해 각종 수출제약조치 준수, 미국내 투자 지속, 자사 미국 감독위원회에 미국인 1인 임명, 틴슬리 기술의 미국내 판매 약속 등 미국 정부가 제시한 많은 조건들을 받아들였다.
던은 “이 조건들은 ASML과 SVG가 동의하기에 그리 쉬운 내용이 결코 아니었지만 기술이 회사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ASML이 미국 정부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던은 틴슬리가 10년 가까이 군사용 제품을 만들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리소그래피 장비에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관련 가이드라인은 또 전 IBM 간부 마이클 아타도를 ASML 감독위원회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던 CEO는 아타도가 ASML의 법정 의무사항 이행에 관해 워싱턴에 보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아울러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정 연구개발비를 앞으로 5∼10년동안 미국에서 지출하기로 동의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Veldhoven) 소재 ASML은 반도체 칩 회로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의 패턴을 추적하는 데 쓰이는 리소그래피 장비를 만드는 주요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SVG 인수로 세계 리소그래피 장비시장 점유율이 35%에서 43%로 늘어나 자사 최대의 라이벌인 일본의 니콘과 캐논을 앞서게 된다.
SVG의 주가는 이 날 나스닥에서 1.09달러 오른 34.10달러에, ASML 주가는 1.27달러 하락한 26.61달러에 장을 마쳤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