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8)무료 온라인게임 유료화

온라인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게임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게임 공룡들이 제공하는 어떤 온라인 게임들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에 뒤진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국산 온라인 게임은 200여종에 이를 정도로 개발력이 막강하다. 또한 수백만명에 이르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와 2만여개의 PC방 등 수요층도 어느 나라 못지않다.

이같은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국내 온라인 게임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태동기인 98년 불과 60억원에 머물던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는 99년 2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2000년에는 1200억원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 올해의 경우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이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미완의 대기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 최근 몇 년 사이에 연평균 500%씩 시장이 성장했지만 그 추진력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2개사의 매출 확대에 따른 것일 뿐 나머지 후발업체들은 아직까지도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다수의 온라인업체들이 무료 서비스를 통해 회원을 대거 확보했지만 수익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100여개에 이르는 웹게임 업체들이 가장 문제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비롯한 온라인 머그게임이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고 규모가 방대한 반면 웹게임은 인터넷 웹브라우저를 통해 제공되며 게임내용도 고스톱, 포커, 바둑, 장기, 테트리스 처럼 간단하다. 일명 보드게임이라고 불리는 이들 게임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데다 무료라는 장점 때문에 지난 99년 처음 등장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한게임이 1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사이트만도 10여개에 이른다. 업계는 웹게임 업체가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웹게임 서비스 업체들은 그동안 각종 보드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다수의 회원을 내세워 광고를 수주하거나 게임 콘텐츠의 임대 및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시장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특성 때문에 웹게임 사이트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다. 특히 광고·게임 임대사업의 주고객이던 인터넷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줄을 섰던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들은 유료화를 적극 검토해 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유료화를 단행할 경우 회원이 한꺼번에 이탈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D데이’를 미루어왔다.

 지난 3월 웹게임의 공룡 한게임이 유료화를 단행함으로써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더욱이 한게임은 유료화를 시작한 지 한달 만에 7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성공기미를 보이자 후발업체들의 행보 또한 빨라지고 있다. 웹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유료화는 대세며 시기가 늦으면 그만큼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인 엔티카를 운영중인 온네트, 엠게임의 위즈게이트, 대쉬바둑의 아이비시스템, 네오스톤의 밴하우스, 위게임의 우리텔레코뮤니케이션 등 대표적인 웹게임 업체들이 유료화를 단행했다.

 웹게임 유료화의 성공 여부는 웹게임 업체의 수익성 개선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시장의 지속적 성장에 탄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 게임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60% 성장한 2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웹게임의 유료화가 성공한다면 40% 정도 더 늘어 24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기존 온라인 머그게임의 매출이 전적으로 PC방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웹게임은 개인 회원 중심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 확대라는 게임저변의 질적 발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 웹게임이 정통 온라인 게임이라기보다 웹콘텐츠의 일부로 인식돼왔다는 점에서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를 타진할 수 있는 시험무대로 활용할 수 있어 이들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업계 내부에서는 당위성과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은 네티즌의 ‘유료화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게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회선 제공업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PC방 이용요금 등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게임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게임업체들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스톱, 바둑, 장기, 테트리스 등 비슷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않고 유료화를 단행할 경우 유사 무료 사이트로 회원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PC방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포트리스’를 서비스 중인 GV의 경우, 올 초 유료화를 단행했으나 PC방과의 잦은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왔다. 특히 전국 2만여개 PC방들은 고객감소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무료로 제공되던 온라인 게임마저 유료화된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거세게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다행히 최근 유료화에 나선 웹게임 업체들은 ‘포트리스’를 유료화했던 CCR와 같이 PC방 유료화를 선택하기보다는 개인 회원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를 선택해 PC방과의 마찰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위즈게이트 손승철 사장은 “웹게임 업체들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료화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고객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료화 전에 고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한편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등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