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도시 「첨단디지털 파크 조성」의미

문화관광부가 4개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첨단디지털테마파크’ 조성계획은 그 발상 자체가 새롭다. 문화부가 그동안 펼쳐온 간접지원으로는 문화산업을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규제완화, 제도개선, 금융지원과 같은 간접지원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는 현장에 나가 관련업계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최근들어 문화산업 분야를 놓고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 등과 같은 관련부처가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문화부가 정책지원에만 머무를 경우 문화산업 주무부처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화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정책자금을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정책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적어도 첫 단추는 제대로 뀄다는 평가다.

 ◇4개 지자체 선정=문화부는 첨단디지털테마파크 후보지를 결정하기 위해 광주, 대전, 춘천, 수원, 광명, 부천, 청주, 김해 등 8개 지방 자치단체로부터 신청서를 받았다. 문화부는 선정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 민간 전문가 15명으로 문화산업단지지정심의위원회(위원장 최창섭 서강대 대학원장)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문화부는 대전, 춘천, 부천, 청주 등 4개 지자체를 선정해 총 30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문화부는 우선 대전을 영화와 게임의 거점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대전 유성의 엑스포공원 내부에 설치된 조형시설 등이 영화 촬영장으로 가치가 높다고 보고 영상처리시설 등 후반작업 설비와 인프라, 실내 세트장 등을 갖추고 영화 관련 업체들을 입주시켜 대전을 할리우드와 같은 ‘꿈의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게임의 경우 대전지역에 10여개의 게임업체등이 모여 있어 관련시설과 인프라를 확충해 40여개의 게임업체가 입주하는 단지로 키우겠다는 것.

 춘천의 경우 연말에 설립될 만화이미지정보센터를 중심으로 60∼70여 업체가 입주하는 애니타운으로 발전시키고 부천은 40여개 업체가 입주한 출판 만화의 거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청주의 경우 교육도시라는 장점을 살려 에듀테인먼트 타이틀을 비롯해 온라인교육 콘텐츠 전문업체 70여개사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수원·광명 탈락=이번 선정에서는 아케이드 게임 산업단지의 후보지로 알려진 수원시와 음반산업단지 설립을 추진해온 광명시가 탈락해 관련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수원시의 경우 문화부가 아케이드 게임 산업단지의 후보지로 내정했음에도 이번 선정에서 탈락해 향후 이 사업의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와관련, 문화부측은 △수원시의 경우 사업계획서가 게임산업의 육성을 위한 내용이 미흡했으며 △광명시는 음반산업단지 부지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업추진이 곤란하다는 판단 때문에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문화부는 수원과 광명을 포함한 지자체들이 추가로 신청을 할 경우 빠르면 하반기께 재심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문화부와 지자체간의 세부적인 논의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내년도 예산을 배정받아 사업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원의 아케이드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산업자원부와 문화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원시의 탈락이 향후 양 부처의 공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문화부와 지자체는 향후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예산배정을 놓고 협의를 벌일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양측의 이견이 돌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약 200억원 정도의 국고지원을 신청해 놓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이를 모두 수용해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