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시즌의 여왕은 이미 예약됐다.’
삼성디지털배 KIGL2001 상반기리그에 첫 데뷔한 게임아이 스틱스의 김가을(24)은 기존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스타크 여성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데렐라다.
개인전적 6승2패로 팀 단독 선두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KIGL리그를 양분해온 스타크 여성부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 칸 김인경과 한통 매직엔스의 이은경을 차례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김가을이 올해 여성부를 제패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사실 김가을이 여성 스타크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99년 스타크래프트에 입문해 실력을 연마해온 그녀는 2000년 6월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배틀탑 여성부 최강전에서 우승하며 게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8월에는 지난해 아마추어 최대 규모의 대회였던 KBK마스터즈2000 월드챔피언쉽에서 우승했으며 9월 KIGL 여성부 리그전, 11월 온게임넷 스타크리그 여성부에서 잇따라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아마추어 게임계를 평정했다.
2001 시즌 게임아이팀의 일원으로 프로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김가을은 무엇보다 공격적인 저그 유저로 유명하다.
대체적으로 저그하면 빨리, 많이 생산해 한번에 밀어붙이는 것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김가을은 저글링 한마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 치밀한 컨트롤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상대의 허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파상적인 공세를 펼쳐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특기다.
그녀는 화려하고 공격적인 플레이 덕택에 게임대회 때마다 가장 많은 팬들을 동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가을은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도 맏언니 역할을 도맡아 한다. 남자 프로게이머들이 ‘형’이라고 부를 만큼 사교성이 좋은 그녀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고민을 들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는 혼자일 때가 거의 없어요.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할 때도 항상 사람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인간미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직업이죠.”
대학 졸업반인 그녀는 올해만큼은 학업과 프로게이머 생활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가을은 “게임이 좋아 프로게이머를 선택한 만큼 게임과 학업에서 모두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