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 프로젝트
지난 99년 현대정보기술(대표 석민수·김선배)이 일궈낸 베트남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IBPS:Inter-Bank Payment System) 구축사업 수주는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의 한획을 그은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첫 공공 프로젝트이자 수백억원대의 대형사업인 동시에 국내 정보기술의 해외수출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쾌거였기 때문이다.
◇수주과정=99년 당시 현대정보기술은 금융결제원·휴렛패커드(HP)·IMS시스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유니시스·후지쯔·히타치·세마 등 외국 유수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거쳐 1300만달러(한화 160억원)의 가격에 베트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특히 1차 기술평가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한 후지쯔와 히타치가 2위를 기록한 현대정보기술을 의식해 막판에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으나 현대정보기술은 2차 최종 평가에서 가장 높은 기술점수를 받은 데 힘입어 종합점수 1위를 기록, 이들을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정보기술은 베트남 프로젝트를 위해 사업 입찰 2년 전부터 전사적인 차원에서 황시영 상무(현 라이거시스템즈 사장)를 수장으로 국내외 박사급 4명을 비롯해 40여명의 전문인력을 투입, 치밀한 기술연구와 준비를 추진했다. 또한 금융결제원·현대종합상사·HP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국제입찰에 필요한 컨설팅 및 기술적 노하우를 제공받는 등 꾸준한 협력관계를 모색한 것도 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업체의 사업 수주를 위해 정보통신부를 비롯, 한국은행과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 등 몇몇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협조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기대효과=이미 베트남 지급결제시스템은 1년6개월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 3월에 구축이 완료됐다.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시스템을 중앙은행 전산센터(중앙처리시스템:NPSC)와 6개 지역(하노이·OC·호치민·하이퐁·다낭·칸토) 처리센터에 설치하고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금융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성공리에 구축됐다.
베트남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은 국내 SI 기술력과 지급결제 제도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돼 향후 구공산권 국가 등 저개발국으로부터의 추가적인 SI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베트남 주요 시중은행들이 조만간 중앙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돼 이와 관련, 약 3500만달러 규모의 연계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도 유력한 상황이다.
아울러 베트남 프로젝트의 수주 및 성공적인 수행은 지난해 2150만달러 규모의 파키스탄 중앙은행 금융전산망사업과 올해 3000억여원 규모의 베네수엘라 전자주민카드사업으로 이어지면서 현대정보기술을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 SI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필리핀 등기부 프로젝트
LGEDS시스템(대표 오해진)이 지난해 수주한 필리핀 등기부 전산화 프로젝트(LTCP:Land Titling Computerization Project)는 국내에서 성공한 정보화사업 모델이 해외 전산화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필리핀내 162개 등기소의 모든 등기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중앙등기청·지방등기청·지역등기청을 연계하는 전국적 규모의 필리핀 최대 전산화사업으로 총 투입비용만도 7000만달러에 달한다.
◇수주과정=필리핀 정부와 등기청 소속 공무원들은 등기부 전산화사업을 위해 전문가 집단을 꾸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사례들을 직접 방문하며 기술평가를 실시할 정도로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프로젝트 수주전에서도 호주·미국·영국 등 유수의 업체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컨소시엄 관계사인 LARES(LAnd REgistration System)의 회장 및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진이 캐나다의 토렌스(Torens) 방식 시스템과 LGEDS의 시스템을 직접 비교, 검토하는 숨막히는 과정을 거쳐 이 사업에 참가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LGEDS는 다른 컨소시엄들과 달리 부동산 등기부의 위변조 여부를 즉시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일하게 제안했고 현재 국내에서 대법원 등기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필리핀 방문시 김대중 대통령이 에스트라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두번씩이나 우리 기업의 참여를 부탁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등 정부의 측면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기대효과=필리핀 등기부 전산화 프로젝트는 등기부의 위변조 및 이를 이용한 토지사기와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금포탈·토지분쟁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중점 국가사업이다. 따라서 LGEDS는 오는 2003년 2월까지 앞으로 3년 동안 분석·설계·감리·컨설팅 등의 솔루션 부문과 시스템 개발업무를 맡아 수행하게 된다.
필리핀사업을 계기로 LGEDS는 동남아·남미·동유럽 국가의 대법원 등기부 전산시스템은 물론 국세청 국세통합시스템, 특허청 특허정보시스템, 재경부 예산관리시스템 등 국내 성공 프로젝트의 해외사업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필리핀 등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미주·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적용되는 토렌스 방식의 등기시스템 구축경험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이 지역에 대한 등기시스템 수출에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필리핀 SI시장만 하더라도 향후 2∼3년 안에 수천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 있는 시장일 뿐만 아니라 이번 등기부 전산화사업 수주 경험은 전체 동남아 SI시장 선점 및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LGEDS는 보고 있다.
◆자동차 딜러관리시스템 ‘오토라인’
삼성SDS(대표 김홍기)가 개발한 자동차 딜러관리시스템인 ‘오토라인(Autoline)’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일본 등 아시아시장에 무려 1000만달러어치나 수출됐다. 이는 전 제품의 97% 이상이 해외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국내 단일 솔루션 패키지 제품 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오토라인 개발=지난 96년 삼성자동차 설립 당시 정보시스템 구축을 담당했던 삼성SDS가 영국 케리지(Kerridge Computer Company)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한국어 버전 개발과 커스터마이징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당시 케리지가 먼저 삼성SDS에 파트너로 함께 사업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해왔고 때마침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던 삼성SDS는 이를 신규사업 진출의 기회로 판단, 케리지로부터 아시아시장 판권을 획득하게 됐다.
현재 일본어와 중국어 버전 개발이 완료된 이 제품은 지난 99년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글로벌 스탠더드 딜러 패키지로 선정되는 등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시장 공략=현재 삼성SDS가 아시아시장에서 확보하고 있는 고객은 日 최대 자동차 수입업체인 야나세를 비롯해 볼보재팬과 크라이슬러재팬, 대만과 싱가포르의 수입차업체들이다. 특히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14%, 아시아시장의 67%를 차지하는 일본시장은 자동차 딜러관리시스템 시장규모만도 9억달러에 달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일본시장 진입을 위해 표준 오토라인 패키지를 일본 자동차 세법, 제도 및 일본어화한 일본용 패키지로 전환했다. 현지 정보 부족으로 인한 여러번의 수주실패를 딛고 99년 3월, 마침내 볼보재팬 및 크라이슬러재팬에 대한 딜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연말에는 일본 최대 수입차업체인 야나세에도 시스템을 공급함으로써 일본시장 진출 2년만에 1000만달러 수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수출시장 확대=삼성SDS와 케리지는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유럽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주시장에 대한 공동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각자 보유한 솔루션 및 정보기술(IT)에 대해 협력 가능한 분야를 선정, 해외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특히 아시아 최대 자동차시장인 일본에는 조인트벤처도 설립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 이들 회사의 세계 표준 딜러시스템으로 오토라인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오토라인은 이미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로부터 세계 표준 딜러 패키지로 선정돼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연차적인 시스템 구축이 진행중이다.
삼성SDS는 급변하는 IT환경에 대응한 ‘오토라인-웹 베이스’ 솔루션도 곧 출시해 종합적인 자동차 영업정보 시스템으로 격상하고 올해 오토라인 수출로 13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