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벌이다.’
임진왜란이 거의 끝나갈 무렵. 조선조정은 고심끝에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남벌론’이 대세를 이룬 것.
마침 조선엔 성웅 이순신을 비롯해 권율, 유성룡 등 기라성같은 장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팔도에서 일어난 의병의 사기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마침내 일본 열도를 밟는 조선군. 조선은 ‘남벌의 꿈’을 이룰 것인가….
국산 인기게임 ‘임진록’이 돌아왔다.
‘임진록2+’라는 타이틀로 출시된 이번 시리즈의 부제는 ‘조선의 반격’이다. 가뜩이나 교과서 왜곡 문제로 반일감정이 더해가는 요즘, 상상만으로도 속시원한 ‘남벌’이 이번 시리즈의 주제인 셈이다.
임진록 시리즈는 국산 게임으로는 드물게 패키지만 10만장, 주얼까지 20만장 이상 팔린 히트작이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첫 출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게이머들은 ‘신토불이’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이 게임을 꼽는다. ‘고정팬’도 수만명에 달한다.
임진록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을 잘 재현했기 때문. 2편까지 임진왜란 전과정을 게임에 잘 그려 호응을 얻었다. 특히 2편은 1편에 빠졌던 명나라까지 끌어들여 임란을 둘러싼 조선, 일본, 명의 이해관계를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죽었던 이순신이 부활하는가 하면 반세기 동안 조선군이 한번도 밟지 못했던 일본 열도가 주요 전장터다.
제작사인 감마니아코리아는 시리즈의 인기비결을 반전, 또 다른 인기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선견지명일까. 때마침 ‘교과서 왜곡괴담’이 불어닥쳤다. 제작사는 ‘즐거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감마니아가 내세우는 이번 시리즈의 진정한 승부수는 게임의 완성도. 처음엔 ‘임진록2’의 확장팩으로 기획됐지만 결과물은 3편에 버금가는 작품이 탄생했다는 게 감마니아측의 설명이다.
이번 ‘임진록2+’에는 조선에 김덕령, 김시민 장군이 추가됐다. 일본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미츠나리 등 역사속의 인물이 새로운 장수로 나온다. 무기도 대장군포, 파쇄차, 뇌격비조가 등으로 보다 다양해졌다.
800×600의 게임화면을 채택, 이전 게임보다 훨씬 스펙터클한 전투신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 최대 8명까지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임진록2+’의 ‘남벌 항해’는 처음부터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출시된 이래 2주만에 초도물량 1만장이 거의 다 팔렸다.
400년을 기다려온 통쾌한 복수극. ‘임진록2+’가 게임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