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투신권 지원 상한가 화답

 투신권이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의 지원에 합의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 주가가 8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날 545원 오른 42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상한가에 ‘사자’물량만 1772만10주나 쌓이는 초강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하이닉스반도체의 유동성 회복을 위한 첫단추를 끼운 것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회의에서 자금조달 및 회사 정상화 방안에 대한 계획서가 제출된 이후 채권단의 일시 거부, 투신권의 참여결정에 대한 진통 등으로 당초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예정일(5월 7일)을 넘겼지만 투신권의 협조로 하이닉스반도체가 정상화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일단 지원에 반발하던 투신권이 68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들도 1조원대의 전환사채(CB) 인수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해외 로드쇼 결과에 주목=하이닉스반도체와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이 1조8000억원 규모의 해외 DR와 하이일드본드 발행을 위해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국내 채권단의 지원이었다. 해외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일단 최악(부도)의 경우는 없다는 인식을 그들에게 심어줘야 했던 것. 전날 투신권의 동의로 주가도 강세고 해외 로스쇼를 열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지만 하이닉스반도체가 원하는 만큼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이닉스반도체가 해외투자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며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다면 주가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팀장은 “하이닉스반도체가 국내 기관들의 동의를 얻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해외에서 얼마 만큼의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며 “단기적으로는 14일부터 열리는 하이닉스반도체의 해

외로드쇼 결과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 남아=하이닉스반도체의 유동성 회복에 첫단추가 채워진 것에 단기 주가랠리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는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영업을 통해 조달하기로 한 1조원은 현재의 반도체 업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 DR를 통해 얻은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더라도 금융비용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내년 이후에나 가시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가만 놓고 봤을 때 CB나 DR는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의 주당순이익(EPS)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문제를 안게 된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반도체가 단기적으로 10∼20%의 주가상승을 더 나타낼 수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면이 많다”며 “무엇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설비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어 향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생산원가에서 경쟁업체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