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조석일 사장
20여년간 국내외 기업에서의 경험을 접고 신생 벤처회사에 둥지를 튼 지 이제 2년째 접어들었다. 한 기업이 새로 만들어지고 나름의 문화가 형성돼 가는 것을 보면서 지난 시절 몸담았던 기업들의 저마다 다른 기업문화와 견주어 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각 회사가 가진 저마다의 독특한 색채에 따라 업무 분위기와 직원들의 행동 양식, 경영 스타일에도 많은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특히 필자가 근무한 오랜 역사의 미국 동부 기업과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 급속도로 고도 성장한 회사의 문화 차이는 그 회사의 일처리 방식과 조직의 분위기에 그대로 반영된다.
오랜 전통의 동부 기업은 모든 것이 규정으로 정립돼 있으며 정도(定道)만을 고집한다. 수많은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십권의 업무 매뉴얼은 잘 갖춰진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그런 만큼 의사 결정도 신중하고 시간이 걸려서 다소 느리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에 반해 서부의 벤처기업은 의사 결정이 매우 신속하고, 변화에 능동적이며, 간부급 임원들의 스타일도 매우 다양하고 자유롭다. 그러므로 필요한 형식과 절차 측면에서는 아직도 갖춰야 할 것이 많다고 느껴졌다. 어느 것 하나만이 옳고 다른 하나는 그르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기업 환경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불패 무적의 공룡과도 같았던 대기업들도 이제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의해 저마다의 운명을 달리하고 있으며, 벤처만이 희망이라던 온 나라의 기대 속에 화려하게 데뷔한 벤처기업들도 거품이 빠지면서 또다른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어느 것이 좋다고 무조건 따라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개성과 능력에 맞도록 가장 적합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 즉 창조와 조화가 필요한 시대다.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와, 이것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녹아들어 이어지도록 하는 전통의 수립, 이것이 기업의 새로운 희망을 창조해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