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루투스 관련 중소 부품업체들이 시스템업체의 상용화 지연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 부품업체들은 본격적인 시장 개화기에 맞춰 제품을 쏟아내겠다는 목표로 앞다퉈 기술개발 및 양산준비를 해왔으나 시스템업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발주를 늦춰 애를 태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제대로 판매해보지도 못하고 제풀에 쓰러져 외국업체들에 시장을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 부품업체들의 개발현황=블루투스협의회에 따르면 블루투스 관련 제품 및 응용기술을 개발중인 업체들은 이미 150여개를 넘는다. 이중 절반 가량이 블루투스 칩 및 모듈, 액세스 포인트 등을 개발하는 중소 부품업체들이다.
엠엠씨테크놀러지 같은 발빠른 벤처기업은 이미 CSR의 칩을 탑재한 블루투스 모듈 및 USB 어댑터, 액세스 포인트 등을 개발완료하고 영업활동에 들어갔으며, 블루윈크도 모듈 시제품 개발에 성공해 이달 말부터는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아래 주주사인 삼테크를 통해 사전주문을 받고 있다.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과 핵심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 지씨티세미컨덕터는 고주파(RF)와 베이스밴드를 분리한 투칩에 대한 개발자용시제품(ES)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7월부터는 고객용시제품(CS)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핵심기능을 통합한 원칩도 연말에는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으로 막바지 개발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스템업체들의 다른 견해= 관련부품 개발은 활발하나 정작 시스템업체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국 CSR와 독일 인피니온 등이 핵심 칩을 내놓긴 했지만 안정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더욱이 칩세트를 원활히 구동할 프로토콜 스택이나 펌웨어(Firm Ware) 등의 업그레이드가 안된 시점에서 섣불리 이들의 칩이나 이를 탑재한 중소업체의 모듈에 대해 발주를 내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스템업체들은 경쟁사에 비해 제품을 내놓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직은 시장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수요창출의 열쇠를 쥔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이 블루투스 기능 장착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스템업체들은 사전 시장점검 단계에서는 중소업체들의 부품을 쓰다가 수요가 본격화하면 자체개발 부품이나 외국 대형회사의 제품을 투입할 방침이어서 중소업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 부품업체들은 시스템업체와의 공급계약에 집중하던 전략에서 선회, 오피니언리더격인 PC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판매하겠다는 전략까지 세우고 있다.
◇과제 및 대안=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블루투스의 핑크빛 청사진을 앞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업체들의 과감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시장선점을 위해서는 시스템업체들도 함께 위험부담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블루투스 모듈을 개발중인 한 중소업체 사장은 “시스템업체들과 ‘선점적기’와 ‘시기상조’라는 팽팽한 입장을 매번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종합기술원 강우식 수석연구원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합심해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