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 실시로 등장한 신규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조짐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로부터 PP등록증을 교부받은 63개 신규 PP 중 지상파TV, 기존 복수PP(MPP) 등은 탄탄한 시장 기반을 바탕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기반이 없거나 단독으로 등록한 PP들은 시장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규 PP는 대부분의 채널이 영화·스포츠·드라마·음악·종교 등 인기 장르에 몰려있어 지상파방송사와 MPP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단일 PP들의 채널 송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블TV 시장에 첫 진출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풍부한 자금력 및 SO영업 전문인력 등을 동원해 채널 개국 이전부터 체계적으로 시장을 장악해왔으며, 기존 케이블TV MPP 역시 이미 구축돼 있는 SO영업망 등을 활용해 신규 채널을 공급할 계획이다.
MBC플러스(대표 윤건호)는 신규 채널인 ‘MBC스포츠’ 채널에 대해 약 한달간 SO영업을 전개한 결과 지난달 8일부터 전국 77개 모든 SO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제일제당으로부터 인수한 룩TV도 지난 2일부터 24시간 게임 채널인 ‘겜비시’로 전환해 74개 SO를 통해 공급중이다.
MBC플러스 미디어전략팀 김봉하 팀장은 “콘텐츠의 질이 우수하다는 점 외에도 기존 SO마케팅 인력을 적절히 흡수하고 제일제당과 적절한 시기에 손을 잡은 것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미디어·SBS미디어넷 등 MPP들도 이번에 등록한 채널을 이미 운영중인 다수 채널과 패키지를 구성해 SO에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중이어서 신규 채널의 공급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시장 기반이 전무한 단일 PP들은 2∼3개월에 걸쳐 전국 SO를 순회하며 개별적으로 채널 공급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채널 확보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달간 SO영업을 전개해온 음악 채널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은 음악 채널의 경우 SO와의 인맥이나 마케팅비의 경중 등이 채널 확보의 조건으로 제기되고 있어 속앓이가 심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단일 PP들이 영향력 있는 MPP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몇몇 PP가 연합체를 구성해 시장 진입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