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선 리눅스>(3)표류하는 정책, 협회

 정부의 리눅스 정책은 표류하고 이익단체인 협회 역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정부는 리눅스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집행력 부족과 부처간 협의 미비, 업체 참여 결여 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오픈소스라는 리눅스의 특성을 살려 기술자립과 소프트웨어 수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리눅스 도입과 리눅스 배포판 보급, 인력양성, 기술개발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획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거나 무산되는 모습을 반복했다.

 ◇여전한 전시행정=시작은 지난해 리눅스 배포판 보급사업에서부터였다. 글로벌리눅스2000 행사를 앞두고 정통부가 발표한 리눅스 배포판 100만장 보급사업은 업체들과 의견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10억원에 이르는 경비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같은 모습은 올해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정통부는 리눅스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다양한 도입사례를 들어 리눅스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와 IT기술 종속의 대안으로 제시하려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행사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리눅스협의회 예산은 고작 3억원=최근 리눅스협의회가 발표한 리눅스콜센터 구축도 같은 맥락이다. 리눅스콜센터에 배정된 인력은 고작 1명. 배포판만 해도 10여종에 이르는 상황에서 1명의 인력이 모든 사용자 지원을 담당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비현실적이다.

 “올해 리눅스협의회에 배정된 예산은 3억원입니다. 작년보다도 적은 금액입니다. 이 중에서 콜센터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은 3000만원에 불과합니다.”

 리눅스협의회 관계자는 가장 근본적인 예산문제가 이러한 전시행정의 근원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리눅스협의회의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의회 예산이 깎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통부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배정한 지원금은 약 2000억원. 이 중에서 리눅스협의회 예산이 차지하는 3억원은 전체 금액의 0.15%에 불과하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리눅스 사업을 실무 차원에서 담당할 인원도 거의 없다. 현재 리눅스협의회 인원은 3명. 3명의 인원이 사업기획에서 집행,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을 해야 한다.

 ◇깊어만 가는 감정의 골=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리눅스 업계 일각에서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모 리눅스 업체의 대표는 “리눅스협의회가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존재가치가 없으며 이것이 회원사가 협의회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꼬집었다.

 현재 리눅스협의회 소속 회원사는 약 140여개. 이 중에서 협의회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업체는 5∼6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리눅스협의회 관계자는 “회원사 중 가장 기본적인 회비납부 의무를 제대로 하는 업체는 20% 미만”이라며 “회원사가 회비만 제대로 납부한다면 보다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업체와 협의회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파행운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상 정상적인 협의회 운영은 어려울 것이며 리눅스 활성화라는 정부의 구호 역시 울림없는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