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시장은 일종의 올림픽 경기장이다. 중국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세계 어디서라도 생존할 수 있다.”(소프트웨어진흥원 베이징 i파크 모영주 센터장)
“당신 기업이 중국에서 퇴출되기만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기업들이 전세계에 널려 있다.”(차이나링크 마이클 매킨 회장)
“중국시장은 아직 국제적인 수준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중국 관련 사업을 하다보면 관시(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어떤 때는 관시보다는 회사에 대한 기술평가가 중요할 때가 있고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메인텍 권중근 사장)
지난해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중국진출이 암초에 부딪혔다. 중국이 머지않은 장래에 아시아지역 최대 IT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속에 소프트웨어기업들이 너도나도 중국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처음 생각했던 대로 일이 추진되지 않아 난관에 봉착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이 중국 현지에 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설립,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중국진출을 지원하고 있고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한 유수의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중국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성과물이라면 최근 한글과컴퓨터가 아래아한글의 중국어버전인 ‘문걸’을 최근 50일간 4000카피 정도 판매했고 엔디엘이 중국 복단대학에 디지털라이브러리 관련 솔루션을 공급키로 했다는 것 정도가 내세울 수 있는 실적이다. 이밖에 쓰리알소프트는 중국의 인터넷시장 활성화 붐에 힘입어 웹메일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한소프트·리눅스원 등이 소프트웨어보다는 PC방사업이나 리눅스 기반의 서버사업에 주력, 체면치레 정도는 하고 있으나 아직 안정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소프트웨어사업을 추진중인 업체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중국시장이 결코 녹녹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렌샹그룹과 제휴해 중국의 주요 발전소나 공항 등 사회기간시설에 시설물관리소프트웨어 공급을 추진중인 이메인텍(대표 권중근)은 중국 현지의 IT분야 전문 중개업체를 통해 최근 렌샹그룹 소프트웨어사업부문과 시설물 관련 소프트웨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독자솔루션을 렌샹측에 제공하는 대신 판매금액의 25%를 주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직 실제 판매실적은 전혀 없다.
이 회사의 권중근 사장은 현재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시장 진출전략을 세워놓고 있으나 최소한 중국 현지법인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4억∼5억원 정도의 초기자본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자금을 끌어대기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권 사장의 고민이다.
웹애플리케이션서버 전문업체인 엑스온시스템(대표 이중희)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와이즈원더사와 손잡고 의료정보시스템사업을 전담할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으나 아직 진척사항이 별로 없다. 사업허가는 났으나 자금부족문제로 자본금 납입단계에서 전면 중단됐다. 계획 자체를 접지는 않았지만 현재상황으로는 재추진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한국컴퓨터통신(대표 강태헌)의 경우 몇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장조사 및 사업타당성 등을 타진했으나 큰 메리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진출이나 합작사 설립 등과 같은 적극적인 방식보다는 대만 협력사의 중국진출을 간접지원하거나 다른 중국진출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우리(대표 권석철)는 중국시장 직접진출이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보안분야 사업권을 갖고 있는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보안 및 백신 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실제 실적을 거두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험하다는 게 내부의 판단이다.
중국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대부분 업체들의 사정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성과물이 있다 하더라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이 분명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의외로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우리와 동일한 유교문화권이라 하더라도 문화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국내업체들이 중국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할 경우 대부분 중국업체는 이름만 빌려주고 국내업체가 자금·기술·인력 등을 모두 부담하는데, 중소규모 소프트웨어업체로선 그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합작사가 성사되기까지는 1년 이상 소요돼 가뜩이나 경기부진·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합작사가 아닌 경우에도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2억∼3억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금이 장비구입 등 기업운영을 위한 인프라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나 관계를 트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금이 바닥나 추가적인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투자비용 회수문제도 국내 투자기업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현재 중국기업들이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투자 관련 법률을 정비해 놓고 있으나 과실의 본국 송금문제 등은 제도적 지원책이 미비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매우 크다. 쓰리알소프트의 유병선 사장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국제적인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인터넷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시장전망이 밝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의 베이징 i파크 모영주 센터장은 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충분한 사전 시장조사 없이 일시적인 경우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문을 두드릴 때만이 비로소 중국시장은 열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