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표준화 로드맵 작업은 그간 전자상거래 정책과 관련돼 마찰과 반목을 일으켜온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그동안의 알력을 덮어두고 전자상거래 표준화를 위해 공동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실 전자상거래 표준화는 모든 전자상거래 정책에 우선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어서 헤게모니 싸움을 펼쳐온 두 부처로서도 이 분야에 관한 한 서로 협력하지 않을수 없다. 표준화에서부터 어긋날 경우 정책 자체가 중복되거나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어 비난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의미=이번 로드맵 완성의 가장 큰 의미는 두 부처 합의 하에 민관이 통일된 전자상거래 표준화 청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만약 산자부·정통부 두 부처가 표준화 작업에 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지 않게 되면 표준화 자체가 난항을 겪을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도구를 제공하는 IT업계나 이를 활용하는 전통업계도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는 국제단체나 국가 차원의 표준화 작업보다 민간업체나 민간단체들의 움직임이 더 빠르다. UN/CIEDIFACT의 ebXML 표준화 작업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나 로제타넷 등이 이에 대한 디펙토 표준을 실현시키려고 경쟁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사정상 국가적인 통일된 표준화 정책 없이는 국내 전자상거래용 IT 솔루션과 전자상거래 환경이 해외 선진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해 갈갈이 흩어지고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제=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이 얼마나 통일된 표준화 작업에 협조하고 동참하느냐 하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청사진이 있다 해도 인부들이 일을 잘못하거나 각자 편의대로 설계를 변경해 버리면 건물은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 이번 로드맵에 담겨 있는 작업내용이나 작업스케줄에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분야별 추진주체나 체계문제에서는 아직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전자화폐와 지급결제 부문의 불화가 그것이다. 전자화폐와 지급결제 표준화 주체를 놓고 산자부 산하기관과 정통부 산하기관간에 아직도 갈등과 알력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분야의 추진주체가 될 전자지불기술위원회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고 있다. ▶본지 5월 9일자 13면 참조
만약 전자화폐와 지급결제 부문의 표준화가 두 단체로 이원화돼 중복투자되거나 표준화 내용 자체가 달라질 경우 이번 로드맵의 완성과 두 부처의 공조 약속은 사실상 물거품이 돼 버릴 공산이 크다. 전자상거래에서 인프라 중의 인프라가 전자지불과 그 수단인 전자화폐기 때문이다. 이번 로드맵 작성의 진정한 가치는 두 부처와 산하단체들의 협력에 의한 결과물에 달려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