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정보기술(IT)업체들의 타법인 출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와 코스닥열풍으로 IT업체들의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한 타법인 출자가 줄을 이었지만 올들어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증시침체와 경기둔화 등의 여파로 업체들이 감량경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정부당국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의 감독을 강화한 데다 증시침체에 따른 공모나 유상증자가 크게 줄어 출자자금 마련이 어려웠던 것도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9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코스닥등록기업을 대상으로 타법인 출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타법인 출자규모는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등록업체들은 4월 현재 타법인 출자에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7억원에 비해 33.2% 감소한 6734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코스닥등록업체들이 높은 주가를 이용해 증시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사업확장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성장산업으로 인식됐던 인터넷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이어진 증시침체가 올해까지 계속된 데다 코스닥등록업체의 타법인 출자가 시너지를 높이기보다는 몸집불리기에 치중
한다는 비난이 제기되면서 감소세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출자규모별로는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사업과 관련한 출자가 61.5%를 차지, 가장 많았다. 지난해말 IT업계 및 증시의 최대 이슈였던 IMT2000 사업에 참여하려는 통신서비스업체와 벤처기업들이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결성한 컨소시엄에 자금을 앞다퉈 출자했기 때문이다.
굴뚝업체들도 타법인 출자를 통해 IT업체로의 변신을 꾀했다. 산업용 백필터업체인 대정크린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261억9000만원을 프리챌에 출자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출자를 통한 굴뚝업체들의 IT업체 변신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가장 활발했던 IT업체들의 출자는 제로에 가까웠다. IMT2000 사업 관련 출자를 제외하고는 관련업체나 신규 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KTF(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 합병사)가 IMT2000 사업자인 한국통신아이컴에 2700억원을 출자한 것을 포함해 52개의 코스닥등록업체들이 총 3640억원을 출자했다. SK IMT에도 23개 업체가 506억원을 투자해 3.39%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로커스홀딩스는 시네마서비스와 예전미디어 2개사에 총 408억원을 출자해 인수를 완료했고 대정크린도 프리챌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261억원, 동신에스엔티는 정보통신산업 진출을 위해 사이버펄스네트워크에 236억원을 투자했다.
거래소시장에서도 8일 현재 상장법인들의 출자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5% 감소한 1조724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경기위축과 계열사지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면서 타법인 출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 하지만 타법인 출자에서 통신서비스, 인터넷, 위성방송 등 IT분야의 출자 건수는 전체의 48.9%(43건), 금액은 62%(1조689억원)로 나타나 IT분야에 대한 출자 열기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일방송 보유지분 110억원을 처분한 CJ삼구쇼핑이 코스닥등록업체 중 출자지분 처분 금액이 가장 많았으며 아큐텍반도체기술(63억원),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44억원), 중앙석유(3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규모 공모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타법인 출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증시침체로 공모와 유상증자가 줄어들어 출자규모도 감소했다”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로 내실을 다진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